국제 국제일반

미 정부폐쇄+디폴트 이중 시한폭탄

오바마케어 예산 싸고 대립 속 10월 17일이면 정부 재정 바닥<br>민주·공화당 극적 타협 없으면 정부 일시폐쇄 이어 디폴트 위기


미국 정치권이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과 정부부채 한도 상향조정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을 거듭하면서 미 정부폐쇄와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이중 시한폭탄이 한꺼번에 째깍거리고 있다. 민주ㆍ공화당이 극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달 1일부터 연방정부는 일시폐쇄가 불가피하고 다음달 17일에는 국가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나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상원은 2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원상태로 복구한 2014회계연도 잠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지난 20일 오바마케어 예산을 모두 깎아버린 예산안을 상원으로 보낸 바 있다.


이날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의원은 장장 21시간여에 걸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의료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오바마케어는 일자리 킬러"라고 맹공했다.

하지만 상원은 곧바로 예산안 절차표결에 들어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이번 잠정 예산안을 늦어도 28일까지 표결 처리한 뒤 하원에 돌려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 폐쇄를 피하려면 이달 말까지 상하원이 새 회계연도 잠정 예산안을 처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원이 예산안을 돌려보냈을 때 공화당이 이를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고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상원에 보내거나 ▦노골적으로 거부한 뒤 처음부터 다른 안을 만들 경우 시간적 한계 등의 이유로 정부폐쇄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정이 이처럼 다급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한대립을 보여 해결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2011년 이후 다른 예산안 협상 때와는 달리 정부폐쇄를 피할 수 있는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상원 표결 이후 공화당 일각에서는 오바마케어를 1년 정도 유예하거나 의료 부문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철회하는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터무니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만약 의회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고 긴급자금을 수혈하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기금 지출, 국경관리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미 정부는 임시휴업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이날 "(정부폐쇄라는) 늑대가 진짜로 문 밖에 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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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시한폭탄은 정부부채 한도 상향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다. 이날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다음달 17일이면 연방정부 수중에는 300억달러의 현금만 남게 된다"며 "하루 순지출 규모인 600억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의회예산국도 다음달 22~31일이면 연방정부 재정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연방정부 부채가 법적 상한선인 16조7,000억달러를 넘어섰는데도 의회가 한도 상향조정에 합의하지 못하자 예산감축과 긴급자금 수혈 등 임시방편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새 예산안과 정부부채 상향조정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점도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화당은 현재 오바마케어 예산 삭감과 부채한도 상향조정을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의회가 다음달 중순까지 정부부채 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 미 정부는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미 싱크탱크인 바이파티즌 폴리시센터에 따르면 의회 합의가 실패할 경우 미 정부가 국채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비율은 첫 달에만도 3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채시장이나 달러화 가치가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대혼란을 겪을 게 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헌법14조에 근거한 행정명령을 통해 부채한도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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