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동양그룹에 따르면 동양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양은 이날 오후 금감원에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동양은 26일 1년6개월 만기로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오는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299억원의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었다. 다음달 24일에는 351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동양의 이번 결정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동양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최근의 환경변화 등 투자 위험요소가 누락됐다며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것이 컸다. 오리온그룹의 동양 지원이 무산되고 그룹의 재무 리스크가 악화됐다는 점을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의 '핵심투자위험'에 명시해 다시 제출하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었다. 동양이 금감원 요구를 받아들여 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면 26일 회사채 발행은 할 수 없다. 신고서는 제출일로부터 7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양은 막판 고심 끝에 25일 오후 금감원에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 악화로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자금이 당장 필요하지만 회사채 발행에 시간이 걸리고 청약미달 가능성이 커 철회하기로 했다"며 "다른 조달 방법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은 이달 6일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을 264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일단 이 자금으로 급한 불을 끌 생각이다. 또 부족한 자금은 보유 중인 동양시멘트 보통주 등을 활용해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회사채 외에 기업어음(CP)의 만기도 다가와 자금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그룹의 6개 계열사가 이달에 갚았거나 상환해야 하는 CP는 1,234억원에 이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에 시간이 많지 않다"며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 연기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