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의 학교 복귀 문제를 놓고 교육당국과 학부모 간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일동은 29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옆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정상화 작업 없이는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도교육청은 단원고 정상화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존학생들을 무조건 학교로 복귀시키려고만 한다"며 구체적인 정상화 프로그램부터 마련할 것을 경기도교육청에 촉구했다. 장 대표는 "단원고는 현재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규수업 사이사이에 상담 프로그램만 끼워넣은 것이 정상화 작업의 전부"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71명의 생존학생(75명 중 2명 입원, 2명 학교 복귀)이 안산 지역의 한 연수원에서 별도로 받고 있는 합숙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갖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6~7교시의 정규수업 중간중간에 형식적인 상담·멘토링 프로그램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생존학생들은 연수원에서 하루 3끼 식사를 하며 6~7교시 정규수업을 받은 후 저녁에만 일부 상담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프로그램에서 뚜렷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으며 일부 학생은 샤워를 하다가도 물에 대한 공포로 경기를 일으키는 등 여전히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학생들이 이 같은 치유 프로그램을 고작 2주 받았을 뿐인데 여전히 흰 국화꽃이 올려져 있고 노란 리본이 가득한 학교로 돌아가란 말이냐"며 "도교육청과 전문가들은 서로 논의해 생존학생 치유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학생들이 돌아갈 단원고에 대한 정상화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도교육청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생존학생들의) 등교 시점이나 복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등교 재개는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학생들의 개별적 상태와 치료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 학부모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고려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8일째인 지난 4월24일부터 등교해 수업을 받고 있다. 1학년 학생들과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2학년 학생들도 나흘 뒤인 4월28일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반면 수학여행에 참가한 2학년 중 구조된 학생 70여명은 지난달 30일부터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부모와 함께 합숙하며 교과·치유 융합수업을 받고 있으나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