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저축은행(일명 카하)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 저축은행들이 합병 논의를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으로보고 적극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W
SJ에 따르면 스페인의 45개 저축은행 가운데 12개는 합병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유지들의 입김이 강한 저축은행들은 그 동안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하지만 스페인 중앙은행이 회계 기준을 개정해 부실 대출을 손실로 처리하도록 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이자 인수ㆍ합병(M&A)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스페인 재무부도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로부터 승인을 얻은 구조조정 지원 기금 집행을 당초 계획대로 올 6월말 종료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런던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가이다 기아니는"정부의 이런 움직임으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 카이사와 카하 마드리드는 지난 주 각각 다른 부실 저축은행과 합병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 2개 저축은행의 합병 발표는 다른 저축은행의 합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하 마드리드는 스페인 최초의 저축은행으로 자산 규모가 1,900억 유로(2350억 달러) 수준으로 스페인 4위의 금융기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하 마드리드는 현재 카하 세고비아 등 5개의 저축은행과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페인의 저축은행들은 최근 10년간 지속된 부동산 붐으로 인해 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인한 주택가격 폭락으로 천문학적인 부실을 떠안게 됐다. 최근 10년간 저축은행의 대출은 5배나 늘어 저축은행업계의 총 여신은 전체 금융계 여신을 절반을 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스페인 경제뿐만 아니라 그리스 재정위기로 위태로워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스페인 정부가 자발적인 합병에 실패한 가톨릭계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전격적으로 국유화하자,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