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붕어빵 신분증'에 속아 거액환전…"은행책임 없다"

얼굴 모습이 흡사한 친형의 신분증을 제시한 사기꾼에게 속아 거액의 수표를 환전해 준 농협에 대해 법원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호텔 경영업체인 K사 관리이사로 재직하던 최모씨는 2002년 8월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토지를 매각한 후 2억8천만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과 2천만원권 자기앞수표 1장 등 3억원을 중도금으로 받았다. 최씨는 중도금을 받은 당일 농협을 방문해 자신과 얼굴이 흡사한 친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이를 1천만원권 자기앞 수표 17장과 100만원권 수표 21장, 현금 등으로 교환했다. 2억8천만원짜리 수표 뒷면에도 친형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했다. 최씨는 이튿날 농협 여러 곳에서 친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수표를 현금화한 후 이를 달러로 환전해 캐나다로 출국했다. 최씨가 이용한 여권도 친형의 운전면허증과 자신의 사진을 제출해 발급받은 것으로, 사진만으로는 친형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닮았다. 그러나 K사는 "농협측이 최씨가 제시한 운전면허증 사진과 실물을 제대로 대조하지 않은 채 자기앞수표를 교환해 주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농협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유원규 부장판사)는 1일 "농협 직원들이나 구청 여권과 직원들이 최씨가 제시한 운전면허증 사진과 최씨 얼굴이 서로 다르다고 인식하지 못한 사정에 비춰 금융기관 직원들이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거액의 자기앞수표를 교환한다고 해서 금융기관이 이를 분실·도난·횡령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농협 직원이 최씨의 자격을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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