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26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 국유화

박민수 <편집위원>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둘러 가기보다는 지름길을 찾게 마련이다. 운하도 그런 이유로 탄생했다. 1869년에 완공된 수에즈 운하는 길이 162.5㎞로 세계 최대의 해양운하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그전까지 아프리카 남쪽의 희망봉을 돌아 가던 선박들이 지중해를 거쳐 곧장 인도양으로 갈 수 있게 됐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희망봉을 경유하면 2만7,000㎞지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1만200㎞로 줄어든다. 운항 비용은 물론 시간상으로도 1주일 이상 벌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그래서 전세계 물동량의 14%가 모여든다. 수에즈 운하가 완공됐지만 이집트는 주인이 아니었다. 수에즈운하주식회사의 지분은 이집트와 프랑스가 반씩 가졌다. 게다가 이집트 정부의 재정 파탄으로 보유지분마저 영국이 인수했고 영국은 군대까지 주둔시켰다. 1952년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자유장교단의 가말 압델 나세르는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참을 수 없었다. 나세르 대통령은 1956년 7월26일 알렉산드리아에서 거행된 혁명 4주년 기념연설에서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나세르는 “이집트의 희생을 바탕으로 구축된 수에즈 운하가 외국의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다. 운하를 국유화하면 연간 1억달러의 수익이 발생해 외국의 원조 없이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력한 어조로 연설했다. 군중은 나세르의 연설에 환호를 보냈지만 구미 각국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이집트에는 혁명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국유화를 관철시킨 나세르는 이후 아랍민족주의의 기수가 돼 다른 산유국들에도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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