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장벽도 존재한다. 금융 공공기관이나 금융 관련 협회, 유관단체가 민간기업이나 일반 국민, 회원 등에게 가하는 유사행정규제가 대표적이다.
또 금융 공공기관 내부에는 관료주의로 생긴 비효율적인 관행이 넓은 의미의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14일 현재 규개위에 등록된 규제의 숫자는 1만5,062개다. 이 가운데 금융 관련 규제는 7% 수준인 1,107개. 숫자로만 보면 금융 관련 규제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 금융규제가 높다고 느끼는 까닭은 법보다 강한 유사행정규제가 있기 때문. 유사행정규제는 행정기관이 아닌 공공기관 등 유사행정기관이 정관·약관·내규 등을 통해 법이 정한 규제보다 강한 강도를 갖는 경우를 뜻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에서 금융지원을 위한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직접 관련이 없는 기준을 넣거나 민간회사가 비용을 대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해당한다.
신청 절차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증명서를 요구하거나 수익이 없는데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법에 의한 규제가 아니다 보니 규개위 등록 대상도 아니다. 2010년 총리실의 공공기관 유사행정규제 정비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 2010년 말 금융 관련 등록 규제는 843건이지만 이와 별개로 등록되지 않은 유사행정규제는 534건으로 나타났다.
금융 유사행정규제의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업권이나 특정 업체에 이익이 되는 규제가 많다는 점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에 사실상 특정업체의 독과점을 가능하게 하고 신규 업체가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들여다보면 해당 업체 관계자가 해당 공공기관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금융규제가 특정 이익 집단의 먹거리 창출을 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규개위는 3~5년에 한 번씩 유사행정규제 중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
하지만 금세 또 다른 이름의 유사행정규제가 생긴다. 정비도 어렵지만 정비해도 새로운 규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규개위 관계자는 "일반인이 '규제 때문에 못해 먹겠다'고 할 때 상당수는 유사행정규제인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등록규제 개선도 타 부처 소관이라 어려운데 산하기관 유사규제까지 정비하려면 별난 공무원으로 취급 받는다"고 말했다.
금융 공공기관 내부에서는 갑을관계·연공서열 중시 등의 풍조에 따른 비효율이 걸림돌이다.
공공성과는 관계없이 관료중시 문화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금융 공공기관의 한 직원이 최근 관련 협회로 이직을 했다. 대기업도 아닌 협회로 이직한 이유는 보수는 많으면서 소관부처나 국회의 압박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승진이나 실적에 대한 보상도 민간기업에 비해 연공서열에 따라 이뤄지고 '윗사람'에 대한 의전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업무가 늘어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