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금융통화위원들의 유가 하락 해석에 달렸다(?)’
오는 7일 열리는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7명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쏠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월 금통위 때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한은 본연의 임무’를 재차 언급하며 2차, 3차로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겠다며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통상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 및 수위를 조절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재의 유례없이 강한 톤의 ‘물가안정론’에는 적어도 금통위원 한두 명의 금리인상 동조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금리인하를 주장했던 금통위원들이 금리인상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물가 상승세와 궤를 같이해 금통위원들의 금리 판단에는 상당한 출렁임이 있었다. 4월 금통위에서는 강문수ㆍ박봉흠 위원 두 명이 금리인하를 주장했으나 5월에는 금통위 직전 발표된 4월 물가 상승률(4.1%)이 한은 예상치를 웃돌며 4%에 진입하자 박 위원은 동결로 물러섰다. 하지만 최도성ㆍ강명헌 위원 등 금통위에 새롭게 등장한 두 명의 위원은 성장론을 이유로 금리인하에 표를 던졌다. 이어 5월 물가가 4.9%로 껑충 뛰자 6월에는 금통위원 모두가 금리동결로 한목소리를 냈다. 당연히 금리인하론은 쏙 들어갔다. 오히려 6월 물가가 5.5%로 치솟자 7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을 거론한 금통위원마저 나타나게 됐다.
이에 따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9%)이 한은 예상치(5.7%)를 뛰어넘어 6%에 육박하고 정부의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으로 8~9월 소비자물가가 6%대로 치솟을 것이 분명하므로 7월에 비해 ‘한은 본연의 임무’를 떠올리는 금통위원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지난달 금리인상을 밝혔던 소수 위원에다 물가환경이 악화된 점을 근거로 이 총재의 ‘물가안정’을 지지하는 금통위원 한두 명이 가세한다면 8월 금통위에서는 카운트다운 중인 ‘금리인상 로켓’이 발사될 수도 있다는 셈법이다.
전문가들도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유력하게 내다보고 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이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물가가 6%대에 진입하면 한은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지만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한 상징적 의미에서 연내 한번 정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이르면 이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양진모 SK증권 과장은 “유가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2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고 물가 파급효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준 현대증권 연구원도 “7월 물가가 워낙 높게 나와 한은이 인플레 파이터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변수는 여전히 남는다. 국제유가와 경기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으로 지난달 140달러대에서 120달러대로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고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한은의 전망치(5.0%)보다 0.2%포인트 낮은 4.8%를 기록해 경기침체 가속화를 예고했다. 즉 금리인상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물가급등의 주원인인 유가 급등세가 주춤해져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과 경기하강 심화 상태에서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견해가 더해져 금리인상이 불발탄으로 그칠 공산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채권금리가 급락, 1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5.72%)가 소비자물가 상승률(5.9%)를 밑도는 극히 이례적인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또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5.69%를 기록해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 역전현상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해 금리인상을 유보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를 올려도 유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서민 및 중기 경제난의 완충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금통위원들이 유가 하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이번 금리정책의 중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