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은 건축이 국민문화로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다.삶의 공간을 창조하고 디자인하는 건축이 문화예술로 그 정체성을 확인하는 한편 문화적 인식의 대중화가 이뤄질 한 해가 될 것으로 건축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지난해 건축문화의식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올해를「건축문화의 해」로 지정했다.
이렇게 마련된 축제마당을 건축계는 국민들의 건축문화의식 고양과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새해 벽두부터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올해 「건축문화의 해」지정에 대해 정부와 건축계가 국제적 홍보까지 병행할 경우 한국건축의 세계화는 물론 관광수입증대 효과도 적잖게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외부환경과는 별개로 건축계 내부적으로는 올해도 작년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건축문화의 해」= 건축계는 지난해부터 건축문화의 해에 대한 각종 행사계획과 이를 시행할 조직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해왔다. 문화관광부는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회가 기획·추진하는 건축관련 문화행사에 10억원을 지원한다.
조직위는 6개분야로 사업방향을 계획했다.
분야별 사업은 밀레니엄을 위한 준비-국가 이미지의 세계화를 위한 준비 한국건축문화 위상을 위한 정리-한국근·현대건축 100년 전시회 건축세미나 및 교육 프로그램 건축문화의식 고양운동-시민참여 도시환경가꾸기·새로운 주거환경을 위한 행사·문화거리 찾기 지역정체성찾기 건축문화자산 개발 및 관광사업화-건축문화관광 산업 프로그램화·건축문화 정보센터 구축 등의 방향으로 기획하고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다.
조직위의 사업계획과는 별개로「한국건축문화엑스포」도 열린다. 오는 6~7월께를 개최 시점으로 잡고 추진중이다. 이 박람회는 특히 건축산업 관련한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는 세계 최초의 건축엑스포가 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관심이 모으고 있다. 건축엑스포 추진위원회(02-744-2811~2)가 이미 지난해말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행사준비에 돌입했다.
◇99건축시장동향=지난해 극심한 건축경기 위축으로 건축설계업체의 절반이상이 개점휴업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올해 역시 민간건축경기 회복조짐이 불확실한 상태여서 건축설계업체들의 생존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설계시장의 경우 민간건축시장이 공공건축시장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비중(전체시장의 70%)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제가 소생해야 한다. 따라서 민간건축경기가 회복되기 전에는 정상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가 건설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사회간접자본투자와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을 계속 내놓을 방침이지만 시장자체를 부양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축사사무소의 페업과 부도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23%의 설계사무소가 페업이나 통페합 형태로 문을 닫았다. 올해는 지난해까지 간신히 현상을 유지해 온 설계업체들은 상반기를 고비로 다시 페업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계는 올해「건축문화의 해」분위기가 건축시장 회복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됐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다.
◆건축 정책·제도변화 전망=올부터 건축사들이 가장 처음으로 겪게 되는 변화는 부가가치세다.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매출액이 4,800만원 이하더라도 과세특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축계의 대표적 사업자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의 위상과 입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에서는 아직 법안이 통과안 돼 그나마 당장은 커다란 변화가 없다. 그러나 연초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건축계의 이익단체 결성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변화의 단초는 올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건축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건축사법 개정안」도 새해초에 다뤄질 전망이다. 이 개정안에는 건축분야 기사 2급 자격취득자들의 건축사시험 응시허용·설계도서의 협회신고 변경건·건축사들의 협회 가입 임의화·협회의 회비 징수건 등이 건축사와 건축단체에 입지에 영향을 미칠 민감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올해는 이같은 내용들이 국회를 거쳐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여 건축계내 건축사들 설계사무소 운영행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박영신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