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바둑 쉽게 무너지지 않아

“반드시 우승을 일궈내겠습니다.”한·중·일 3국의 바둑국가대항전인 제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대회 한국팀 주장을 맡고 있는 이창호 9단(25)은 “바둑최강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으므로 절대 우승컵을 양보할 수 없다”며 “기회가 오면 제몫을 다해낼 각오”라고 밝혔다. 22일 서울 농심본사 사옥에서 조훈현 9단_창하오 9단(중국)의 대결로 3라운드가 시작된 농심배에서 이 9단이 출격할 수 있는 경우는 3장인 조 9단과 2장인 유창혁 9단이 모두 탈락할 때. 조 9단과 유 9단 선에서도 얼마든지 우승을 일궈낼 수 있긴 하지만 중국(창하오 9단, 마샤오춘 9단)과 일본(야마다 7단, 조선진 9단)의 면면을 볼 때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이 9단이 칼을 뽑아야 할 가능성도 크다. 농심배는 지난해 12월 상하이, 올 1월 도쿄를 거치며 연승제 방식의 대회를 치른 결과 현재 한국은 3명, 중국과 일본은 각각 2명의 기사가 남았다. 이 9단은 현재 남은 중국, 일본 기사와의 상대전적서 우위에 있지만 마샤오춘 9단에겐 연승행진을 벌이다 지난해 12월 춘란배대회(베이징)에서 덜미가 잡힌 바 있다. 사실 이 9단은 요즘이 수년마다 한번씩 찾아오는 시련기로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철저한 끝내기를 앞세운 안전 위주의 관리형 바둑에서 전투를 마다않는 공격적 바둑으로 기풍 전환을 모색하는 과도기다.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올들어 2연패한 것도 변화의 와중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큰 승부에선 모험보다 안전운행 위주라 이번 농심배에서도 기회가 오면 예의 ‘이창호 스타일’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9단의 변화 중 또 한가지는 ‘탐닉’이라고 할 만큼 운동에 열심이라는 것. 일주일에 서너번 젊은 기사들 테니스 모임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것 외에 집에서 팔굽혀펴기, 줄넘기 등 틈나는 대로 개인운동을 하고 있다. 이 9단은 새천년 부친과 약속을 했다 한다. 부친은 담배를 끊고 이 9단은 바둑을 더 열심히 두겠다는 것. 바둑황제가 새삼 ‘바둑을 열심히 두겠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농심배를 포함해 이 9단의 행마가 주목된다. 김후영 기자입력시간 2000/03/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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