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거침없는 언론 비판이 일본 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고이즈미 총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날자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 보도를 두고 “어느새 아사히신문도 저항세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자 아사히신문이 국민의 55%가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에 반대하고 고이즈미 내각 지지율이 42%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결과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자 “아사히신문 재미있다”며 “지지율이 떨어지면 1면에 다루고 올라가면 작게 취급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사히는 23일자에서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간 여론조사 7차례 중 5차례, 내려간 여론조사 7차례 중 6차례를 각각 1면에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직언거사(直言居士)`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취임 이래 국회 답변을 통해서만 무려 22차례나 언론의 보도태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6월21일의 답변에서는 “최근의 보도태도를 보고 질렸다”며 “허위보도가 얼마나 많은가, 거짓말을 잘도 써댄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자에게 자신의 정책을 직접 이메일로 보내는 `주간 고이즈미 내각 메일 매가진`을 운영하고 국민과 직접 대화를 하는 미국식 `타운 미팅`을 도입하는 등 취임 초부터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취임 초 200만명을 넘었던 독자 수는 최근 180만명 선으로 줄었다.
올해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라디오에 출연해 일문일답식으로 정견을 밝히는 새로운 홍보수단을 채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하는 회견을 갖고 있지만 기자들은 이를 `원 프레이즈(one phraseㆍ한 마디) 정치`라고 꼬집는다. 자기합리화를 하는 코멘트를 한마디 던져주고 후속질문 없이 끝내버린다는 불만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학자들은 “유리한 입장에서 언론을 이용하다가도 불리할 때는 언론에 도전적인 발언을 해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새로운 미디어정치”라고 꼬집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