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페이스북 렌렌(人人)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투자 붐을 타고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을 모집하며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렌렌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결과 미국증시예탁증서(ADR) 5,310만주를 주당 14달러에 매각해 총 7억 4,3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 달 렌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신청서를 제출할 때 예상한 공모가(9~11달러)와 모집 자금 5억8,3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렌렌의 조셉 첸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렌렌을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렌렌의 성장은 무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렌렌이 중국 증시보다 뉴욕 증시에서 먼저 IPO를 추진한 것은 중국 최대 포탈업체인 바이두와 온라인 게임업체인 텐센트 등이 운영하는 SNS분야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고 향후 페이스북의 중국 진출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앞세워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제지로 아직 중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렌렌의 성공적 데뷔는 최근 전세계에 일고 있는 SNS 투자 열풍을 반영한다. 비상장기업들의 거래를 돕는 증권사 NYPPEX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650억 달러로 2010년 20억 달러보다 32배나 증가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이 IPO를 할 경우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중국 인터넷 사용 인구가 아직 전체 인구의 38%에 그치고 있어 사업 전망이 밝아 투자자들이 렌렌 IPO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렌렌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64%나 올랐으며 매달 200만 명이 새로 가입하는 등 기업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렌렌의 뉴욕증시 입성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시장에서 잇따라 SNS버블론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페이스북과 달리 렌렌의 수입원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광고와 인터넷 결제 수수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렌렌은 가입자 대비 활동하는 사용자가 적어 광고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렌렌의 가입자는 1억 1,700만 명에 이르지만 매달 활동하는 사용자는 3,000만 명에 못 미친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 강도가 높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실제로 이날 렌렌의 주가는 장중 공모가 대비 70%나 오른 2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결국 18.01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했다.
렌렌은 '우리 모두'란 뜻으로 지난 2005년 설립된 중국 최대 SNS업체다. 이날 IPO 주간사로는 모건 스탠리, 도이체방크, 크레디트 스위스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