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금융당국이 공동검사에 나선다고 하니 내막은 곧 밝혀지겠지만 해외지점 은행원의 연이은 자살사건은 해외지점 경영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지난해 12월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이 자살한 것도 1,800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 의혹 탓이었다. 해외지점이 해당국 금융당국 관할이라 감독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인데 그렇다면 일본 지점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지점들도 이런 경영형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해외지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금융비리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이 한달 새 무려 1조원에 달하는 허위 입금증을 발부한 사실이 적발된 게 엊그제다. 그런 마당에 9일에는 외환은행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수신액을 높이려 부당 영업행위를 하면서 수억원을 가로챈 정황을 포착했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심지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까지 대출과정에서 중소기업에 구속성예금(꺾기)을 강요한 일이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우리 금융권 전체가 심각한 모럴해저드와 비리 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같은 날 "대형 금융사고 등을 사전에 포착하고 적기 대응하기 위해 검사조직을 개편하는 등 검사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비리척결 엄포 자체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권 전반의 철저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금융비리가 터지는 마당이니 도대체 누가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