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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은 4일 저녁 아시안게임 폐막식 후 정홍원 국무총리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사실 오늘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가는데 성과가 많다"며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제안했다. 황 총정치국장은 "우리 성원(대표단)에게 총리께서 시간을 내서 환대해줘 감사하다. 인천시민에게도 감사하다"며 사의를 표했으며 "평화통일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배석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정 총리는 "조금 더 잘해드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100번의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행동을 보여줬으니 앞으로 행동과 진정성을 갖고 노력을 하면 엄청난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 총리는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가자'는 황 총정치국장의 말에 대해 "공감한다"고 답했으며 "같은 뜻을 갖고 헤어지니 기분이 좋다. 남북 간에 운동경기를 많이 해서 분위기를 확산시켜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양측은 다양한 형식의 만남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도착 직후 환담에서=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여러분이 오셔서 잘 지내시길 바라고 폐막식에 참여해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북측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개막식도 아니고 폐막식이지만 우리 총정치국장이 불시에 오게 됐다.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서 급히 관심을 갖고 수고들 많이 해주신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면서 "정말 이번에 경기대회 성적이 좋다. 축구는 북과 남이 독차지했단 말이다"고 화답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이번에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 없는 응원이 됐고 이번 경기대회 편의를 조직위원회 남측에서 잘 보장했기 때문에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조국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말했다.
◇오찬 회담장에서=자리를 옮긴 오찬 회담에서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먼저 "북측 대표단께서 아주 좋은 가을 날씨를 몰고 오셨다"며 환영의 인사를 건넸고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다. 남북관계도 아마 그 수확을 거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양건 부장은 "총정치국장 동지의 승인을 받아서 간단히 말하겠다"면서 "우선 총정치국장 동지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해주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이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걸음을 걸어왔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우리 민족이 이룬 힘과 자랑을 온 세상에 시위했다"면서 "북과 남이 체육의 상징종목인 축구에서 우승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고 우리 힘이 시위된 것이다. 이런 자랑찬 성과를 거둬서 오늘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앞서=정 총리는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황 총정치국장 등 북한측 대표단 일행을 면담하며 "우리 국민이 굉장히 박수를 많이 치고 손바닥이 닳도록 응원했는데 보람이 있어서 좋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 총리가 남북 대표팀이 각각 남자와 여자 축구 우승을 한 것을 언급하자 황 총정치국장은 "이번에 다 여자 축구는 (북한이) 우승하고 남자 축구도 (남한이) 그랬으니까 아시아에서 축구는 완전히 됐다"며 "이 기세로 나아가면 세계에서 아마 패권지기가 되겠다. 세계에서 조선민족이 세계 패권을…앞으로 같이 나아가자"고 화답했다.
◇여야 대표들과 만나=여야 대표를 포함한 10여명의 의원들도 북측 인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잘 오셨다. 체육 교류를 통해 남북 교류를 더 확대하자"면서 "우리(새누리당) 국회의원들 20명이 북한 측 여자 축구팀을 응원했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에 황 총정치국장은 "그래서 우리(북한 팀)가 이겼나 보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오늘이 10·4 정상회담 7주년이다"고 상기시키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체육 교류 이외에 다양한 문화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황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비서는 여야 의원들에게 "북측 선수들을 응원해준 남한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남북한이 앞으로 체육 교류처럼 많은 교류를 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