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홍준표 "꿈꾸는 사람 아냐"… 개혁 의지 다져

한나라당 신임 대표 첫날<br> 현충원 헌화 전 최고위원들과 첫 대면서 “계파 활동땐 공천 배제” 싸고 설전 벌여<br>반말 하는 직설적 화법 지적받기도

“나는 꿈꾸는 사람이 아닙니다.” 만년 비주류에서 집권여당의 리더가 된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의 업무 첫날 첫마디다. 5일 오전7시40분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자택 앞에서 만난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빨간 넥타이 차림이었다. 전날 저녁9시까지 언론 인터뷰를 마치고 전당대회에서 함께 일한 지지자들을 격려한 뒤 10시께 집에 들어간 그는 이날 그동안 고생한 부인과 함께 이른 아침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오전8시20분 즈음 국립현충원에 도착한 홍 대표는 “좋은 꿈 꿨냐”는 질문에 “나는 꿈꾸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돈키호테’라는 별명처럼 그동안 홍 대표는 정치권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현실과 괴리된 주장을 하는 정치인으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책 ‘변방’에서 말했듯이 이제 이상적 비주류가 아닌 현실의 주류로 ‘홍준표 식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최고위원들과의 첫 상견례에서부터 개혁이 쉽지 않음을 실감해야 했다. 이날 현충원에서 헌화하기 전 귀빈실에 함께 모인 유승민ㆍ나경원ㆍ원희룡ㆍ남경필 신임 최고위원들은 말 속에 뼈를 담았다. 홍 대표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계파해체다.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에서 자른다”고 했지만 옆에 있던 나 최고위원은 “지난번(전당대회)에도 하신다고 하고 못했지 않느냐”고 꼬집으면서 “계파해체는 친이명박계의 오더(명령)가 덜 먹혔다는 거고 계파강화는 친박근혜계가 결집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파를 없애려면 현실을 제대로 아는 상태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특히 뒤늦게 홍 대표의 말을 들은 친박계 유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계파활동을 심하게 하면 안 되겠지만 계파활동에 대한 기준도 없는데 계파활동을 했다고 공천이 불가능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유 위원은 “야당일 때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했는데 여당이 된 후 청와대의 거수기가 됐다”면서 “홍 대표가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바란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서열 2위인 유 최고위원은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등 정책방향에서 홍 대표는 물론 박 전 대표보다도 ‘왼쪽’이다. 앞으로 홍 대표가 계파화합 해법이나 정책노선을 놓고 가장 먼저 조율해야 하는 대상인 것. 당초 홍 대표는 현충원 헌화 직후 여의도당사에서 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해체를 선언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 최고위원이 “지도부가 인위적으로 해체하라고 말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하자 홍 대표도 “공천 불이익 얘기는 신경 쓰지 말라”고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계파해체의 일환으로 우선 계파모임 해체를 유도하되 방식은 홍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반말을 섞어 사용하는 거침없는 ‘홍준표식 화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나 최고위원은 “분칠 화장한다 그런 얘기는 이제 입에 올리지 마시라”며 자신을 향했던 비판을 지적했고 옆에 있던 남경필 최고위원도 “이제 당의 거의 주류인데”라고 거들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친근감의 표시로 반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제 당 대표이니 자제하시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홍 대표는 당을 추스르는 일도 서두를 계획이다. 그는 “어제 자려고 보니 최고위원 7명 중 유 최고위원, 이 정책위의장 빼고는 5명이 수도권”이라면서 “중앙당직은 천상 영남권에 줘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처리하기로 한 남 최고위원에게는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할 때까지 외통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또한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난을 들고 찾아온 김효재 정무수석에게는 “집권 후반기니 당이 청와대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면서 협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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