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위앤貨 절상의 실효성 논의

차문중 <KDI 선임연구위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환율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무척 중요하다. 특히 국내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생산의 많은 부분을 수출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과 중국이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성장한 현실, 그리고 세계시장 곳곳에서 우리 제품이 중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중국 화폐의 가치 변화는 우리 경제가 미래에 당면할 가장 큰 도전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수출품 가격 경쟁력은 커져 정치ㆍ경제적 대형 현안의 끊임없는 발생으로 중국의 환율 변화에 대한 논의가 한동안 국내에서는 잠잠했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위앤화의 가치절상 또는 중국 외환제도 변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지난 16일 서방7개국정상회담(G7)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도 위앤화의 저평가 문제가 지적됐다.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직ㆍ간접적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든지 위앤화의 대달러 가치를 절상할 것을 촉구해왔다. 미국의 근본 문제가 재정적자와 낮은 저축률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환율 조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만 가중될 것이라는 반론에도 분명 일리는 있지만 자국의 경제사정과 국제 경제의 흐름을 고려하면 중국은 결국 머지않아 변동환율제를 택하거나 위앤화의 가치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위앤화 가치의 상승은 위앤화로 표기된 우리의 대중국 수출품의 가격을 하락시켜 중국에서의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리 원화로 표시된 중국 제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러나 위앤화 가치의 상승이 중국의 원자재 수입 부담을 감소시켜 생산비 감소와 이에 따른 완제품 가격의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중국의 원자재 수입 부담 감소는 원자재의 수요를 증가시켜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가속화하고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일반론과 더불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위앤화 가치 변화의 효과에 대한 보다 세부적이고 엄밀한 분석이다. 환율의 변화가 수출품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의 전이(Exchange Rate Pass-Through)’로 불리는데 그 결과가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경우가 많다. 환율의 전이 연구는 환율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의 수출재나 수입재의 가격이 얼마만큼의 시차를 두고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에 따라 어느 재화, 또는 기업이 환율 변동의 혜택이나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선진형 개방경제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우리와 주요 교역 대상국간의 환율의 전이 문제는 가장 심각하게 다뤄져야 하는 연구 과제 중의 하나이다. 즉 위앤화의 가치가 변하면 우리가 수출하는 차량도 그 종류에 따라 수출 가격의 변화율, 심지어는 변화의 방향까지도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요량의 변화율도 달라질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원화의 대달러 가치 방어논리의 기저에도 수출에 대한 배려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장변화 분석등 심층연구 필요 그러나 이 논의나 위앤화의 가치 변화에 대한 논의에서 총체적인 자료를 사용해 환율 변화가 국제 수지에 미치는 개략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는 자주 언급된 반면 세분화된 자료를 이용해 우리의 대표적인 수출입 재화 가격의 변화를 엄밀히 분석한 것은 별로 제시되지 않았다. 세분화된 자료를 이용한 환율의 전이에 대한 분석에서는 재화의 특성, 시장 여건, 관세의 강도 등이 고려돼야 하며 연구의 결과는 정책 입안자와 수출업계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위앤화의 절상 효과에 대한 논의에서 이런 연구가 아직 부족하거나 자료가 정비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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