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대기업의 의료기기산업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대책을 논의한다. 박희병 의료기기조합 전무는 "전체 의료기기 산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힘들고 부분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며 "조합 차원에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료기기조합은 지난 14일에도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의 인력 스카우트 문제에 대해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 진출 이후 중소업계에서 기술인력 이동이 심했다"면서 "대기업들은 (인력 빼가기 대신) 중소업체와 협력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 의료기기업체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 등이 디지털엑스레이(DR) 등 의료기기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디지털엑스레이는 X선으로 얻어진 인체영상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의료기기다. 1대당 1억~3억원 정도로 의료기기 중에서는 저가인 편으로 그간 중소업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지난해 초음파업체인 메디슨과 심장질환 진단기기업체인 미국의 넥서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시장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제의료기기ㆍ병원설비전시회(KIMES)에서 삼성전자는 디지털엑스레이인 '엑스지오(XGEO)'를,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장비 'Accuvix A30'을 선보이며 지난해에 비해 가장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중대형병원을 타깃으로 첨단 로봇기술을 적용해 촬영을 자동화한 'GC80', 공간이 협소한 중소형병원에 설치 가능한 'GU60', 아날로그 촬영을 디지털로 변환시켜주는 'GR40' 등을 출시했다. 영상기기에서 진단기기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수년전부터 삼성그룹은 바이오ㆍ의료기기 사업을 5대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정하고 대규모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중소업계의 불만이다. 실제로 방상원 삼성메디슨대표 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팀장(전무)은 "올해 투자 부분은 인재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대해 중소업체들은 삼성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한 이상 중소업체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보다는 CT(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장치)나 MRI(자기공명전산화단층촬영장치) 같이 중소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첨단 의료장비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이 안되고 있는 대형병원용 CT와 MRI 같은 고가의 영상진단기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영상진단기기는 현재 GE, 필립스, 지멘스 등의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어 의료기기 무역적자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의료기기 무역적자는 2010년 기준 전년대비 15% 증가한 8억1,147만달러를 기록했다. 중소의료기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와 개발 비용, 시간 등을 감안했을 때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뛰어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분야"라며 대기업이 고가 영상진단기기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디지털엑스레이 시장 진출 등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지난 2010년 기준 약 2%인 상위30개 업체가 전체 생산규모의 43.4%, 전체 수입규모의 57.6%를 점유할 정도로 중소 업체들의 비중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