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2월 5일] 입춘의 추억

"우와, 진짜 비행기다!" 격납고에 있는 비행기들의 모습에 아이들의 눈이 휘 동그래진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쉴 새 없이 만져보며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낸다. 갑자기 봄이 돼 산속의 작은 새들이 깨어나 바쁘게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유난히 윤기 나는 검은 생머리에 보라색 띠를 한 여자 아이가 외친다. "아기 비행기도 있다". 도대체 아기 비행기가 무얼까 하고 두리번거리니 비즈니스 제트기(G4) 옆에 울긋불긋한 옷들을 입은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처럼 '아빠 비행기 엄마 비행기 애기 비행기'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투영된다. 'SOS 어린이 마을'과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함께한 항공의료센터의 봉사활동에 대한 내 기억의 단편이다. 겨울이 되면 나무는 영향 흡수가 되지 않아 자신이 축적한 영양분을 지키기 위해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을 떨군다. 우리가 보면서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이 바로 그것이다. 내 자신부터의 고해를 전제하고 우리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은가 하는 반성이 든다. 어린이 마을이나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아이들이 해맑은 웃음에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정말 그들이 힘들어하고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영양분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떨구지 않았는지…. 우리는 네모난 프레임에 맞춰 나오는 영상미에 감동해 측은지심을 느끼지만 진정 한발짝 다가가 그들의 눈동자를 바라볼 용기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우리에게 남은 인간 존엄에 대한 향수는 ARS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돈의 미터기로 우리의 기억을 조작한다. 기억은 우리가 가진 측은지심과 내 자신의 합리화를 통해 자기 자신만큼은 다른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느끼는 모습으로 각색해버린다. 타인을 위해 한걸음 나서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조금 귀찮고 다른 유혹들 때문에 쉽게 시작하기 힘들다. 우리가 본 영화와 포스터 속의 미소는 네모난 프레임에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특별하지 않은 나의 관심이 가져다주는 행복한 스크립트이다. 서로에게 상처 주고 치유 받는 세상사라고 하나, 모든 사람들을 돕겠다는 외침보다 지금 눈앞에 놓인 단 한 명을 위해 관심을 갖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훌륭한 일만 할 수는 없으며 작은 일에 충실하고 그 힘을 보태준다면 세상은 푸르름을 간직할 것이다. 입춘이다. 새로운 봄에 주변의 우리 이웃이 다시금 싹을 틔우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나눔이란 한걸음을 디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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