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ㆍ유로 환율과 국제유가라는 버블이 꺼지면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ㆍ유로 환율과 국제유가는 무역과 자금 흐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 두 요소가 단기간에 급등락할 경우 자금 및 자원 분배의 왜곡을 초래하게 된다.
지난 7월 유로당 1.6달러까지 올랐던 유로화는 유럽 경제의 침체로 최근 1.26달러로 곤두박질 쳤고 6월 배럴당 140달러를 훨씬 웃돌던 국제유가도 수요 부진 전망으로 반 토막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버블 붕괴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석유로 대표되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막대한 수혜를 입었던 러시아나 중동 국가가 어려움을 맞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경제의 부진으로 약달러와 국제유가의 상승 흐름에 배팅한 일부 헤지펀드 등도 곤경에 처했다. 일례로 중국 최대 투자 회사인 시틱의 홍콩 법인인 시틱퍼시픽의 경우 외환거래로 2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수주 내에 잘못된 판단으로 파산의 위기에 봉착하는 펀드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도 그간 유가 버블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지난 여름만해도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나 됐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는 도산까지 염려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고육책으로 대형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줄이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개발에 힘을 쏟았다.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는 금융위기의 와중에 이 같은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새로운 투자 계획도 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한다는 가정아래서 만들었다. 이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내려와 다시 투자 계획을 짜야 할 판이다.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은 통화정책이 그만큼 허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주택 가격의 버블을 낳았던 차입 경제와 유가 등 상품 가격의 급등, 최근 지나친 달러 강세 모두 통화정책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이 같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통화정책의 문제점을 뿌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만약 이 점을 소홀히 한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