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산행 시즌이 시작됐다. 꽃샘추위가 막바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3월 말로 접어들면서 낮에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등산을 하기에 좋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 일교차가 크고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봄철, 특히 3~4월 등반 때는 체온조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또 아직은 군데군데 얼음이 녹지 않고 있는 산골짜기들이 있기 때문에 낙상 등을 조심해야 하고 해빙기를 맞아 낙석 등의 위험도 대비해야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우선 일교차가 큰 3월에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보온성이 좋은 등산복을 여벌로 챙겨가는 것이 좋다. 낮 기온이 올라간다고 얇은 옷만 입고 갔다가는 하산 시 쌀쌀한 기온 탓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거나 등산 중에 예기치 못한 비가 내릴 경우, 그리고 등산시간이 길어져 밤늦게 하산해야 할 경우 얇은 옷만 걸치고 갔다가는 '저체온증' 등의 위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등산을 할 때는 기온에 따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땀 흡수가 잘되는 셔츠와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등산 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과 차 등을 담아 자주 마시는 것도 체온 유지의 한 방법이다.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봄철 산행은 아직 기온변화가 심하므로 적당한 외투로 체온 유지에 유의해야 한다"며 "생수·초콜릿 등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 수분과 에너지 보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산행이 되지 않도록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하산 시간을 미리 정해 해가 지기 전에 여유 있게 산을 내려오는 것도 우발적인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낙상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땅이 녹으면서 길이 미끄럽거나 땅과 바위의 접지력이 떨어져 발이 미끄러지거나 혹은 발을 잘못 디뎌 낙상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낙상 사고의 경우 골절 등 외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넘어지면서 주저앉게 되면 꼬리뼈를 다치거나 척추압박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뒤로 넘어져 꼬리뼈를 다치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산 시 배낭을 꼭 착용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무리하게 등산을 하게 되면 오히려 무릎관절에 부담을 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실제 봄철 등산 중 가장 많이 부상당하는 부위는 미끄러지거나 접질려서 생기는 발목과 무릎이다. 보통 '삐었다'고 하는 발목염좌는 등산으로 인한 대표적인 부상이다. 대부분 녹지 않은 얼음이나 눈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데 발목의 뼈가 순간적으로 제자리를 이탈하면서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 염증이 발생한다. 발목염좌의 경우 근육과 인대를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물질이 제거돼 통증이 줄더라도 약해진 인대가 강화되지 않아 만성 염좌가 찾아올 수 있다. 반복적인 염좌는 바깥쪽에 있는 인대뿐만 아니라 발목 안쪽에 있는 튼튼한 인대까지 손상시켜 결국에는 관절염의 위험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발목염좌라도 가볍게 보지 말고 초기에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좋다.
등산 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크게 인대와 힘줄 손상인 경우가 많고 때로는 무릎연골연화증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릎연골연화증은 무릎뼈 안쪽의 연골이 무리한 자극을 받아 말랑말랑해지면서 균열이 일어나 결국 연골이 소실되는 질환이다. 부상을 당한 후 1~2일간은 목욕이나 더운 물의 샤워, 마사지 등 환부를 데워주는 것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
송주현 강남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발목염좌나 무릎연골연화증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무리하게 등산을 하거나 자주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발생하기 쉽다"며 "등산 전 관절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산행 시 자주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부상 예방에 좋다"고 당부했다.
정상에서 간편한 식사와 간식을 먹느라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바로 하산하거나 다른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갑자기 관절을 움직이게 되면 관절 손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60대 이상의 경우 관절의 퇴행성이 진행되고 있어 무릎 관절이 약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무릎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등산 전에 충분한 관절 스트레칭을 해주고 무릎보호대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노년층과 비만인 사람은 무릎부상을 입기 쉽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 중 70~80%만 이용해 가볍게 즐긴다는 생각으로 등산을 해야 한다. 평평한 곳은 보통과 같은 걸음걸이로 걷되 오르막을 걸을 때는 보폭을 줄이는 게 무릎부상을 줄이는 길이다. 낙상 방지와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산스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등산스틱은 내리막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미끄럼을 방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