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비스 규제개혁없이 소비침체 국면 탈피 어렵다

정부가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재정 조기집행 등을 주내용으로 한 '경기보완 방안'을 발표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 경제가 자칫 더블딥(경기회복 국면에서의 후퇴)에 빠질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국내 경제연구소들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정부에 제출한 '최근 소비동향' 자료에서 "세월호 사태는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과거 다른 재난들에서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타던 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경기판단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고의 여파는 과거와 달리 한두달이 아니라 2분기 내내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내수경제는 '소비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하다. 정부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의 합산 매출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기준)이 4월 첫째 주에서 넷째 주까지 4.5%→2.3%→1.3%→0.2%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둔화됐다. 세월호 사고발생 시점인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7개 신용카드 업체의 신용판매액은 전달보다 5%나 줄어들면서 요즘 들어 보기 드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업종별로는 관광업계의 타격이 가장 컸다. 한국관광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여행사 47곳에서 2만8,309명이 여행을 취소했고 지역별로 단체여행 취소율이 5월 한달간 60%를 넘어선 곳까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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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의 내수침체를 모두 세월호 참사와 연결하려 한다면 이는 자칫 중대한 인식의 오류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내수침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성화 징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수출과 더불어 한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내수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결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03년 55.7%이던 소비 비중은 지난해 50.6%로 추락했다. 지난 10년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줄어들면서 '내수불황'을 이어온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GDP 대비 소비 비중이 커진 미국이나 일본과도 확연히 대비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GDP 대비 소비 비중은 25위까지 추락했다.

이 같은 소비 비중 축소와 내수부진은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991년의 제조업 일자리 500만개가 2012년 들어 410만개로 무려 90만개가 사라졌는데 앞으로도 내수,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획기적인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결국 단순히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침체 차원에 머물지 않고 내수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의 구조적 결함과 원인에 정부가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 해답은 온갖 규제에 얽혀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서비스 산업의 획기적 규제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서비스 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의 덫을 벗어날 출구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으로는 의료·교육·관광 등의 서비스 분야 규제만 제대로 풀어도 2020년까지 9조6,000억원의 부가가치, 9만7,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업역(業域)이 탄생하고 확장해가는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경기보완 방안은 눈앞의 대증요법으로 일관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좀 더 단호한 자세로 서비스 부문 탈(脫)규제와 구조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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