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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북한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경기 종료를 앞두고 실책을 범해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29일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4강전에서 북한에 1대2로 분패했다. 한국은 이로써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 2002년 부산 대회, 2006년 도하 대회,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북한에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북한과의 역대전적에서 1승1무13패로 절대 열세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갔다. 한국은 10월1일 오후5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베트남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유영아(현대제철)를 투톱으로 세우는 4-4-2 전술을 꺼내 들었다. 정설빈과 전가을(이상 현대제철)이 좌우 날개로 공격의 날을 세웠다. 이에 맞서는 김광민 북한 감독도 김윤미와 라은심을 투톱에 세우는 4-4-2 전술을 구사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 나갔다. 정설빈이 페널티지역 중앙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 킥으로 슈팅했고 볼은 골키퍼 앞에서 원바운드된 뒤 골망을 갈랐다.
북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반 35분 위정심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리예경이 슬라이딩하며 골문에 밀어 넣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을 1대1로 마친 뒤 한국은 후반 들어 몇 차례 좋은 기회를 잡았다. 후반 16분 전가을이 롱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에 단독 드리블을 하며 골키퍼와 1대1로 맞섰지만 드리블이 길어 골키퍼에 제지당했다.
1분 뒤 전가을의 크로스를 유영아가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볼은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19분에는 전가을의 프리킥을 이어 받은 지소연이 헤딩슛을 날렸지만 북한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43분에는 다시 지소연이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한국이 계속 몰아붙였지만 승부는 실책으로 갈려 버렸다. 경기 종료 직전 센터백 임선주가 골키퍼에게 전해준 백패스를 북한의 허은별이 가로채면서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허은별은 한국의 김정미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 틈을 놓치지 않고 결승골을 넣어 이날 유일한 슈팅을 결승골로 만들어냈다.
지소연은 이날 활발하게 공격을 이끌었지만 또 다시 북한의 벽에 가로막혔다. 지소연은 고등학생인 2006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나 북한을 상대로 한 골도 터뜨리지 못한 채 번번이 고개를 떨궜다. 그가 태극마크를 단 후 한국은 여자축구에서 북한을 꺾은 적이 없다. 지소연은 잉글랜드 여자축구리그에서 우승경쟁을 펼치는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의 경기 일정으로 인해 이번 대회 8강과 4강전만 치른 뒤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소연은 경기를 앞두고 "이미 국가대표팀에서 손발을 많이 맞추던 동료들이어서 팀워크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만큼은 북한을 넘고 사상 첫 결승에 오르겠다는 의지로 국내에 입국했지만 승리의 도우미가 되지 못한 채 분루를 삼키게 됐다.
윤 감독은 북한에 패한 뒤 경기 소감을 밝히다 목에 메어 말문을 잇지 못했다. 윤 감독은 "많이 준비했지만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마음 아파한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이어 "우리가 많은 준비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패했다"며 "우리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공수전환이 빠르고 체력도 뛰어나다"며 "북한이 금메달을 따기를 기원한다"고 북한의 건승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