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1월 4일] 저금리와 반(半)전세

저금리와 전세난이 겹치면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전세와 월세를 섞은 이른바 반(半)전세다. 반전세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면서 인상분의 일부 또는 전액을 월세로 전환해 받는 것을 말한다. 전세금을 월세로 환산한 이자율은 연 7~8% 수준으로 시중금리보다 높다. 전세금을 올려 그 돈을 은행에 넣어봤자 겨우 4% 정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집주인으로서는 이문이 남는 장사다. 하지만 생활비에서 월세를 충당해야 하는 세입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장기 저금리정책 후유증 커져 저금리와 부동산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반전세는 금리가 왜곡되면 돈이 제값을 받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준다. 사실 지금의 금리 수준은 경제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상반기 7.6% 성장에 이어 하반기 4.5%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6%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경제는 이미 정상으로 돌아섰지만 정책금리를 위기수준에서 장기간 묶어두다 보니 금리 왜곡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3년짜리 국고채 평균금리는 연 3.24%로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6%보다 0.36%포인트나 밑돌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4.2% 수준이다. 이자소득세를 빼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물가 수준을 밑돈다. 반전세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마이너스 금리추세가 계속될 경우 '반전세'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 그 모양을 달리 하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거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지방의 일부 아파트청약현장에서는 속칭 '떳다방'까지 등장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단기차익을 노린 대기성자금이 600조원이 넘는다. 물론 통화당국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에는 부동산시장 때문에, 10월에는 환율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환차익과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의 유입도 걱정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저금리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금리정책이 기업투자촉진과 고용 및 소비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친 저금리는 자원배분왜곡,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로 자산버블초래, 대출증가 등으로 가계부실과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등의 후유증을 키우게 된다. 이미 그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조사한 결과 월수입 500만원이 넘는 가구조차 열 가운데 둘은 상환이 버겁다고 응답했다. 신용정보회사인 한신정평가가 소득에서 세금이나 생활비를 쓰고 남은 금액에 대한 가계부채 배수를 조사했더니 7.2로 외환위기 수준(7.3)에 버금간다. 경기·물가에 맞는 금리정책 필요 도급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업체가 30개나 될 정도로 부실이 심각하다. 9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32%로 6월 말(1.94%)보다 0.38%포인트나 상승하면서 2004년 3월 말(2.50%) 이후 가장 높았다. 기준금리가 2.25%로 사상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도 이러한데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어찌될지 걱정이다. 가계ㆍ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경기상황과 물가흐름에 맞춰 운용해야 한다. 국내경제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예기치 못한 복병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저금리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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