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와 대투는 물론 산업은행 소유의 대우증권까지 끼워 팔 예정이던 한투와 대투의 매각방식이 분할매각으로 결정됨에 따라 인수전 전개과정과 인수 후 국내 증권시장 판도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분리매각될 경우 예컨대 한투는 국내회사, 대투는 외국회사 등으로 분리매각도 가능해 정부는 현투증권을 푸르덴셜증권에 매각한 후 외국업체가 국내 투신시장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서 보다 자유롭게 된다. 매각규모가 작아지면 경직되지 않고 다소 홀가분하고 유연하게 인수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반면 대우증권까지 묶어 팔 경우 국내 증권시장을 리드할 대형 증권사를 육성하겠다는 당초 정부 의지는 한발 물러서게 된다. 특히 그동안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삼성증권이 이번 한투와 대투 인수전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삼성그룹의 복심(腹心)이 주목되고 있다.
◇왜 분할매각하나=유력한 인수후보였던 삼성측의 소극적인 자세가 1차적인 원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내 증권시장이 삼성ㆍLGㆍ대우ㆍ현대증권 등으로 분할돼 10%대의 점유율로 `고만고만`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 국내 증권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따라서 이들 중 한 업체가 한투와 대투증권을 인수할 경우 대형 증권사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말하자면 `증권업계의 국민은행` 정책이다. 그러나 이들 대형 증권사 중 대우와 현대에 이어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LG증권까지 공기업으로 전환돼 삼성증권으로 인수후보자가 압축되면서 선택에 제한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까지 인수의사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을 주간하고 있는 모건스탠리나 정부가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인수의향서를 발송하기 전 삼성측에 의사를 타진한 결과 의외로 부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도 지난달 28일 “증권업은 대형화 효과가 은행만큼 크지 않다”며 “LG증권과 대우증권 등 다른 증권회사를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회사 인수합병(M&A)에 주도적 역할을 할 사모주식투자펀드(PEF)의 상반기 입법이 불투명해지면서 매각일정을 순연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누가 인수할까=삼성증권이라는 유력후보가 한발 물러나면서 그간 인수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해온 중견 증권회사인 미래에셋증권ㆍ동원금융지주 등 금융전업그룹과 현투증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막판 철회했던 미국 AIG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과 동원금융지주는 금융전업그룹이라는 점에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부담스런 정서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한투와 대투증권을 쪼개 팔면 미래에셋이나 동원의 투자위험이 줄어든다는 점도 이들의 인수의지를 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향후 향배도 관심거리다. 삼성은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먼저 분리해 금융전업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정부측에 전달한 상태다. 정부와 증권업계는 이 사실로 미뤄 삼성측이 한투와 대투 인수전에 소극적인 이유가 우리은행의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회사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투와 대투를 인수한 후 우리금융까지 접수할 경우 삼성 쪽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도 일단 입찰에는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