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허브' 전략 다시 짜자

금융은 국가경제 업그레이드 할 미래복합 산업

두바이·상하이·싱가포르 금융 중심지 도약 급물살

한국은 10년간 허송세월… 시스템개편 등 서둘러야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한국 경제의 전망도 밝은 편이지만 세계적인 금융사들은 줄줄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왜 (자국) 금융시장을 '낙후(underdeveloped)'한 상태로 방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전통 금융가인 '시티오브런던'에서 만난 주요 글로벌 금융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금융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한 제조업과 달리 여전히 신흥국 수준"이라며 "'글로벌스탠더드'를 겸비한 금융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걷히면서 세계 각국은 금융산업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위기의 된서리를 맞아 식어버렸던 글로벌 금융허브 경쟁도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은 위안화와 이슬람권 등 신흥자본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막대한 오일머니를 배경으로 한 두바이는 중동의 금융허브를 다시 한번 꿈꾸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진행 중인 중국은 상하이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전통적인 아시아 금융중심지인 싱가포르는 신흥국과 선진국의 자본을 연결하는 가교의 위상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2003년 12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한국을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금융경쟁력 순위는 세계 15위에 머물렀다. 2010년에는 24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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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도적 환경과 금융안정성 등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정책적 요인들은 34위(2012년)에 그치고 있다. ING생명·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 수십개의 외국 금융사들은 한국에서 철수했다.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는 공실률이 50%를 넘고 해외 금융사들의 입주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10년을 허송세월한 금융허브의 꿈은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와 금융허브 육성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글로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이 지긋지긋한 성장한계를 벗어나려면 금융산업의 도약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월가의 한 전문가는 "금융산업은 제조업의 부수업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가치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미래형 복합산업"이라며 "금융업을 지배해야 선진국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알기에 주요국들도 위기 이후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세계 주요 금융허브를 찾아 급속도로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한국의 경쟁력 제고와 허브 전략 재정비를 위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특별취재팀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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