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는 크게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조1,170억5,700만원으로 지난 해 말(3조8,805억3,000만원)보다 2,365억2,700만원 늘었다.
올 들어 11거래일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루 215억200만원 꼴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해 하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12월 24일에는 4조원 선이 무너진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3일 이후 연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이 올 들어 1,630억9,200만원 늘었고, 코스닥시장의 경우 734억3,500만원 가량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로 개인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신용거래융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개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86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 4일부터 연일 ‘사자’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들어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와 기업실적 저하, 미국의 부채상한 협상 난항 등에 밀려 헛바퀴만 돌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 증시가 자칫 추가 하락할 경우 지렛대 효과를 노린 신용거래융자가 투자자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무리한 신용거래융자가 이른바 ‘깡통계좌’ 속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빚을 내서 투자하면 원금은 물론 늘어난 이자까지 겹쳐 손실 폭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며 신중히 투자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한 이듬해인 2008년 국내 증시가 급락해 무리하게 신용거래융자에 나섰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며 “신용거래융자가 지렛대 효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대규모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