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을 정상화하고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맞춘 후 창조경제로 대도약해 잠재성장률 4%를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의 퀀텀 점프(대도약) 여부는 제2의 벤처붐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다만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겪은 커다란 시련은 이번 벤처 붐 조성을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창조경제 조성 방안은 IT 버블과 질적으로 다른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사전상 정의는 첨단기술과 아이디어로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하려는 신생중소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수의 창업인이 소자본과 기술, 아이디어로 사업에 뛰어들며 성공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부를 창출한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1997년에 벤처가 새로운 희망의 씨앗으로 부상했다.
김대중 정부의 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1997년에서 2000년까지 벤처는 질풍노도의 성장을 구가했다. 벤처기업수는 1995년 500여개에서 2000년에 1만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당시 정부는 벤처기업특별법으로 벤처 붐을 주도했다. 이 법은 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세제 혜택과 병역특례, 투자 활성화 등 내용을 담고 있었다.
코스닥시장으로 선도 벤처의 자금 문제를 해결해줬고 창업 벤처의 자금, 인력, 입지 등 인프라도 구축했다. 벤처 빌딩 제도(벤처 집적단지) 역시 상당한 효과를 냈다.
당시 코스닥의 주가는 인터넷 경제인 닷컴 붐과 함께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묻지마 투자’와 맞물리면서 주가가 100배 이상 뛰는 기업이 부지기수였다.
벤처기업 사냥꾼이 등장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2000년말 미국의 IT버블이 붕괴되면서 한국의 벤처 역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IT버블이 꺼진 이후 펀더멘털이 부족했던 대다수 기업은 거리도 내몰렸다.
2001년 기준으로 1만1천여개를 기록했던 국내 벤처기업 수는 2003년 기준으로 7천700여개까지 떨어졌다. 빚을 내면서까지 ‘대박’ 환상을 꿈꾸던 묻지마 개미 투자자들도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다만 살아남은 자들은 강자가 됐다.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 NHN, 넥슨 등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포털회사들이 그들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2002년 이후에 새롭게 설립된 기업 중 매출 1천억원이 넘는 벤처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벤처기업 대다수는 초기 밴처라는 의미다.
이는 벤처 거품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벤처 건전화’ 정책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매출 1천억원을 넘는 벤처 기업은 300개를 넘는다. 총 매출로 보면 60조원 상당이다.
정부는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한 차원 높은 벤처 붐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도약하려면 창조경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창업-성장(회수)-재도전’ 등 단계별로 4조328억원의 재원이 투입된다.
창업자 1만3천명 육성에 1조598억원, 창조경제 선도기업 육성에 2조2천억원, 재창업 지원에 7천73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를 120개로 확대하고 재외동포 등 해외 우수 인재 유치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해외시장 상장과 외국기업에의 M&A를 목표로 한 2천억원 규모의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신설하고 투자수익 촉진차원에서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한다.
정부는 1997년의 벤처기업특별법과 이번 3개년 계획상의 벤처 육성 방안은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벤처 육성책은 벤처캐피털 등 전문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 벤처기업의 기술 검증 능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과거 대책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즈마 펀드를 도입하는 등 내수가 아닌 세계 시장을 보고 접근한다는 점도 다르다”면서 “대기업과 정부 출연연구소 등 우수 인력이 벤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기술은행 등 제도적인 방안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담화문에서 “한국 경제가 성장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창조경제로 신기술, 신산업, 신시장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