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때아닌 더블딥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바닥을 쳤다가 올 들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이 3ㆍ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HR용선지수(HRCI), 발틱운임지수(BDI) 등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동량 감소와 선박 공급 증가가 예견되는 내년 이후에는 다시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지적이 기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업계가 이미 지난2009년 불황을 겪은 후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도 호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박 공급 증가가 최대 불안요소=내년 이후 더블딥을 우려하는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물동량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선복량(선박의 적재 용량)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철강사가 감산에 나서고 세계 각국의 물동량도 크게 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반해 머스크ㆍ에버그린 등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을 새로 들여오고 쉬던 배의 운항도 재개해 선복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연히 운임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실제 수요가 급감했던 2009년의 경우 컨테이너 운임이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초 335.5로 시작해 이달 8일 현재(721.7)까지 두 배 이상 오른 HRCI와 달리 급등락하고 있는 BDI도 해운업황의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는 대목이다. BDI는 5월 4,000을 돌파했다 7월 1,700대까지 추락해 최근 다시 3,000을 코앞에 두고 있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BDI가 불안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컨테이너와 벌크가 별개인 것 같지만 BDI가 HRCI보다 선행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위기관리 가능, 더블딥 우려는 기우=내년 해운 시황을 낙관하는 쪽에서는 해운업계가 2009년 위기를 겪으며 위기관리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김춘식 한진로지스틱스 상하이법인 부장은 "해운업체들이 지난해 이미 바닥을 경험했기 때문에 내년이 혹 어렵더라도 2009년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현지의 물류 추이를 감안해보면 해운업계가 내년에 올해 이상은 아닐지라도 올해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더블딥 우려를 잠재우는 한 요인이다. 지금까지 동서 노선에 주력했던 한진해운은 스페인 알헤시라스항만을 거점으로 남북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동서 노선이 타격을 받을 경우 남북 노선 강화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역시 조만간 아시아와 남미 서안을 잇는 항로를 개설하는 등 추가 수익원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STX팬오션도 비벌크선 운송 비율을 높이는 등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ㆍ아프리카 등의 성장을 볼 때 내년 이후에 불안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체별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