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행정처 출신' '연구모임' 법관 네트워크 양대 축 형성

[한국의 新人脈] <2부>파워그룹, 파워인맥 3. 법조게를 움직이는 사람들<br>이용훈·최종영·윤관·김덕주 등 대부분 대법원장 '행정처 이력'<br>우리법연구회·민사판례연구회등 각종 학술모임도 강력한 고리로


상명하복이 중요한 검찰 조직과는 달리 재판관의 독립적 판단을 중시하는 법원에서는 탄탄한 인맥의 끈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법관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법원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끈끈한 네트워크의 힘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20여년간 법원 최고 정점인 대법원장을 지낸 법관의 이력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법원행정처의 요직을 거쳤다는 것. 법원가에서 이른바 '파워 인맥'의 첫번째 조건으로 '법원행정처 이력'이 거론되는 이유다.


법원 내 파워 인맥의 두번째 축은 이른바 '법원 사조직'으로 불리는 각종 연구회다. 얼마 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우리법연구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법원 내 각종 연구회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법관 네트워크에 강력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부작용 논란 속에서도 익명성을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법원 내 각종 연구회는 법원행정처 인맥과 함께 법원가 파워 인맥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법원 주류로 부상하는 법원행정처 출신 법관=지난 2005년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1982년부터 1985년까지 법원행정처 조사국장 겸 감사관으로 근무했다. 이에 앞서 최종영 전 대법원장(1999~2005년)은 1993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윤관 전 대법원장(1993~1999년)의 경우 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았지만 법원행정처 조직과 밀접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맡았다. 이에 앞서 김덕주 전 대법원장(1990~1993년)은 1980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법조계 인사들은 최근 20여년간 법원행정처 출신들이 대부분 대법원장 자리를 차지한 것이 의도된 결과는 아니지만 법원행정처 조직의 특성이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행정처 처장의 경우 대법관 신분이고 차장은 법원장급, 각 실장은 고등부장급이다. 하지만 이들이 갖는 힘은 같은 직급의 다른 재판관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게 법조계의 정설이다.

법원행정처에서 만난 법관들은 서로 조언을 하며 은연중에 인맥을 형성해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맺는다. 무엇보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조직 역할을 하다 보니 법원행정처의 고위인사들은 대법원장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이들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 자연스럽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대법관의 자리나 이른바 요직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법원행정처 출신인 한 수석부장판사는 "행정처 조직의 특성상 검찰 조직과 비슷한 계단식 직급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어 검찰처럼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는 전형적인 인맥효과가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선배들이 은연중에 학연ㆍ지연 또는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후배들을 행정처로 불러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각급 법원에서 활약하는 유력 법관들을 보면 법원행정처 출신 법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또는 고등법원 부장이나 대전ㆍ부산 등 주요 지방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부임한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이 따라붙는다.


지난해 2기 양형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성낙송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1996년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자격으로 법원행정처에 발을 들인 뒤 1997년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거쳐 고등법원 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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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0일 단행한 대법원 인사에서 대전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에서 서울고법으로 자리를 옮긴 이광만 부장판사의 경우 1998년과 1999년 각각 법원행정처 인사3담당관과 인사1담당관을 맡은 후 2007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1년 터울로 이광만 부장판사의 법원행정처 인사3담당관과 인사1담당관 자리를 쫓아간 홍승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역시 법원행정처를 거친 후 서울고법 판사로 자리를 옮겨 법원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신광렬 부장판사는 2002년 행정처 법무담당관 자격으로 발을 들인 후 2007년 사법연수원으로 인사발령이 날 때까지 기획담당관ㆍ사법정책1심의관 등 주요 직책을 두루 맡았다.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2001년부터 5년간 법원행정처 근무를 하면서 로스쿨ㆍ인신구속제도ㆍ공판중심주의 등 굵직굵직한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실무를 처리했다. 그는 올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공판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챙겨 공판중심주의를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서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업무는 법원 살림을 도맡는 자리이기에 해당 기수에서 업무 처리능력이 뛰어나고 인사평가가 두루 탁월한 사람들을 뽑아 맡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간 25명의 판사들 가운데 21명이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에 올랐다는 사실도 행정처 인맥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법원 내 숨겨진 '이너 서클' 학술연구모임=법원행정처가 능력 위주의 인맥이라면 또 다른 법원 내 인맥의 축인 학술연구모임은 개인적 선택이 전제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 간의 끈끈한 교류를 발판으로 하는 인맥이라는 얘기다.

노무현 정권 시절 법무장관 자리에 올랐던 강금실 변호사,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맡았던 박범계 변호사, 대법관에 올랐던 박시환 변호사 등을 묶어주는 연결고리는 바로 우리법연구회라는 법조학술연구모임이다. 개혁진보 성향의 전ㆍ현직 판사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폐쇄적인 법관 인사시스템'을 문제 삼아 주목을 받았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직후에는 박시환 변호사가 대법관에 올랐다. 또 김종훈 변호사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에, 이광범 판사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에 임용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언론에서 우리법연구회의 성격을 두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5월 발간한 논문집에서 전체 회원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주목을 받은 법조학술연구모임은 '사법부 하나회'라는 비난과 '사법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는 이중적 평가를 받고 있는 민사판례연구회(민판)다. 민일영ㆍ양창수ㆍ양승태 등 현직 대법관 3명과 목영준ㆍ이공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속해 있다.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과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 김황식 감사원장, 김용담 전 대법관 등 전직 대법관들도 민판 회원이다.

민판은 최고 엘리트 판사들의 모임이라는 성격이 짙다. 신입 회원을 선발할 때 서울대 출신으로 성적이 우수하고 사법시험에 일찍 합격한 사람 중 매년 5명 정도를 추천 방식으로 뽑아왔다. 회원 상당수가 사법부 내 요직에 포진해 있어 엘리트 법관들의 모임이라는 질책이 커지자 최근 신입 회원 영입 방식을 추천제에서 신청제로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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