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0일] 독일 함대법


전함 19척, 대형 순양함 12척 건조. 독일제국 의회가 1898년 4월10일 의결한 함대법(Flottengesetz)의 골자다. 특징은 장기 계획. 7년간 4억890만 마르크를 배정, 의회의 동의 없이도 예산이 지출되도록 만들었다. 신형 군함 건조가 해마다 예산 삭감에 걸려 진전되지 못하자 황제 빌헬름 2세가 나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연간 예산이 20억 마르크 남짓하던 독일은 왜 거액을 들이고 의회의 예산심의 기능까지 없애가며 함대를 키웠을까. 영국에 맞서기 위해서다. 1900년 2차 함대법에서는 건조목표를 두 배로 늘렸다. 1906년과 1908년에는 함령 15~20년을 넘은 함정은 퇴역시킨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영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경제적 요인도 있었다. 무역의 70%를 담당하는 상선대를 보호할 함대가 필요했다. 함대법으로 독일은 조선업과 해운업 발전이라는 덤도 얻었다. 불과 20년 사이에 적재중량 7,000톤을 넘는 화물선이 3척에서 80척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건함 경쟁, 독일이 프랑스와 러시아ㆍ미국을 누르고 세계 2위의 해군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영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국은 독일과 해군력 격차를 두 배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전함 건조에 박차를 가했다. 해군 예산 증액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회를 해산한 적도 있다. 결국 1차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63% 수준까지 올랐던 독일 함대는 막상 전쟁이 터지자 큰 역할을 못했다. 큰 돈 들이지 않았던 잠수함대가 성적을 올렸을 뿐이다. 만약 독일이 전함 건조에 투입한 자금을 산업과 기술개발에 돌렸다면 국력이 보다 강해졌을지도 모른다. 독일의 무리한 건함 계획과 잠수함대의 분투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효율적 투자,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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