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본점)과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이 지난 10~12일 행사를 진행했고 롯데백화점이 소공동 본점에서 17~19일 행사를 열었다. 이들 백화점은 이번달 내내 서울 및 지방으로 점포를 옮겨가면서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는 특히 전년보다 물량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가 줄었다. 대부분의 품목의 매출이 감소했고 명품만 유일하게 7.8% 증가했다.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명품 소비만은 아직까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유통업계에는 명품 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는 고소득층이 주축인 명품족뿐 아니라 '명품 소비군'에 진입하고자 하는 중산층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명품이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명품 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살 만한' 물건이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명품 지갑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행사장을 찾았던 임모씨(60·경기 부천)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오전부터 백화점에 갔지만 원하는 물건이 없어서 제품을 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정작 백화점들이 이번 행사에서 노린 것은 명품 재고 정리가 아니라 고객의 '2차 소비', 즉 명품을 구입하지 못한 아쉬움을 다른 브랜드 구입으로 연결시키려 한 것이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이번 행사로 백화점들은 짭짤한 재미를 봤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매출도 모처럼 20~60%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심리가 최악이라는 요즘 유독 명품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어쩐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부의 물가 안정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초부터 줄줄이 가격을 올리며 배짱 영업을 하는 명품업체들, 명품업체들에만 턱없이 낮은 수수료 특혜를 주며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백화점들이 아무리 여론의 비난을 받아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무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