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료방송 공정경쟁 요건


최근 케이블TV사업자와 KT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 규제 논쟁이 치열하다. 점유율 규제란 특정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국가별로 이름을 달리하지만 점유율 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봉쇄ㆍ독점력을 행사해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며 소유권 규제에서 점유율 규제로 규제 초점이 변경돼온 것뿐이다.


특히 유럽과 같이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여론 획일성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를 온몸으로 체험했던 국가들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무료ㆍ유료방송을 막론하고 소유 규제와 점유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특수 관계자를 포함해 이종미디어 교차소유 점유율을 30%로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별도의 공익 침해성 심사(Public Interest Test) 과정을 통해 여론독점이 우려되는 인수합병(M&A)을 금지하는데 2007년 루퍼트 머독계열의 ITV지분 매입을 불허한 게 대표적이다.

케이블-IPTV 점유율 제한기준 달라


방송 사업이 자유로운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와 달리 케이블사업자의 점유율이 높은 미국은 다양성을 보장하고 반경쟁적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케이블사업자의 수직ㆍ수평 결합을 규제하는 케이블TV법이 제정된 바 있다. 이후 시장 범위를 케이블TV 가입가구 제한에서 전체 다채널유료방송시장(MVPD) 시장으로 확대해 케이블ㆍ위성ㆍ인터넷TV(IPTV)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30% 시장 점유율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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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는 동일한 유료방송 시장 내에서 사업자 간 규제의 형평성도 마련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 규제도 불분명하다. 케이블TV의 경우 전체 케이블 가입자 3분의1 초과 금지와 전체 방송권역 77개의 3분의1 초과 겸영 금지 등 시장 점유율 규제와 소유 규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러나 IPTV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1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유료방송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IPTV가입자 확보 범위가 케이블보다 커 규제의 비형평성 문제가 유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제의 비형평성은 경쟁의 출발선을 다르게 하며 애초에 경쟁 자체를 어렵게 하는 구조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KT가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시켰기 때문에 KT의 IPTV와 스카이라이프의 가입가구를 합쳐 점유율 규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방송법상 위성방송의 점유율은 합산되지 않고 있다.

매체간 형평성 고려 규제법 고쳐야

만약 이 둘을 합칠 경우에는 KT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31.8%(위성과 IPTV 결합상품 중복 제외시 26.5%)로 규제 상한선을 육박하고 있는 수치다. 케이블방송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56.7%로 매우 높아 보이지만 이는 전체 92개 사업자를 합친 것으로 유료방송 시장 2위에 위치한 케이블사업자 CJ헬로비전의 경우 가입자 점유율이 14.5% 수준으로 KT와 격차가 크다. 이는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 규제가 불분명하게 설정돼 사실상 시장 점유율 규제의 취지와 실효성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창조정부가 출범한 이래 최초로 이뤄진 국정감사에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의 형평성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점유율 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미디어 다양성과 공정경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규제 목적을 현재 규제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전문가들에 의해 합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점유율 규제를 유료방송 사업자 모두 공정하게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고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KT의 IPTV와 합쳐 점유율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조성과 미디어 다양성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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