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방공기업 부채 단체장에게 맡길 단계 지났다

정부가 330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경영평가에서는 안전관리 같은 사회적 책임성 못지않게 재무적 성과와 부채관리에도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부채감축 목표 달성도의 배점도 높였다. 지방공사 부채의 60%를 차지하는 도시개발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몇몇 성과지표를 신설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을 의미하는 당좌비율이나 부동산 재고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순영업 자산회전율 같은 지표들은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 빚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하지만 막대한 지방공기업 부채를 감안하면 이번 개선안이 재무구조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한가한 느낌마저 준다. 지방공기업 부채는 2012년 말 현재 72조원으로 224개 자치단체 부채 총액의 3배에 육박한다. 빚 증가속도도 가팔라 최근 4년 동안 53%나 급증했다. 2017년까지 도시개발공사 부채비율을 200%대로 줄이는 게 정부의 목표이지만 연도별 부채감축 목표 달성도의 배점(총점 100점)은 이번에 고작 2점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자본잠식에 빠진 도시철도공사에 대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평가지표도 없다. 도시철도공사 7곳은 빚 갚기도 어려운 판국인데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나' 또는 '다'를 받았다. 최소 100%가 넘는 성과급 지급을 정부가 용인한 것이다.

부채감축에 지방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빚 감축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장의 신임까지 묻겠다고 한다. 이에 비한다면 지방공기업은 부채관리 측면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과급 지급기준을 비롯한 경영평가 제도 전반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심각한 부채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단체장에게만 부채관리를 맡길 단계는 이미 지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