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국 부양위해 공조 깼다"… 2월 G20 회의서 대격돌 예고

'일본 선수치기'에 유럽 반발… 충돌 불가피<br>미국선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 우려<br>신흥국도 "수출 경쟁력 저하" 강력 대응



일본이 최근 노골적으로 엔화약세를 유도하며 글로벌 환율전쟁의 불을 지피면서 다음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회동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20 정상들은 지난 2009년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지난해부터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나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면서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G20 의장국인 러시아 중앙은행의 알렉세이 을유카예프 수석부총재가 16일(현지시간) 일본발 신글로벌 환율전쟁을 경고하면서 다음달 15~16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놓고 대격돌이 벌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엔화약세에 정면으로 맞선 한국의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근 다음달 G20 회동에서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의 통화완화정책 부작용을 다룰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환율전쟁의 양상이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선 데 대해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가 절상된다며 반발했던 데서 이번 G20 회동에서는 선진국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선봉에 나선 것은 일본이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ㆍ금융상은 지난해 말 "G20 중 일본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환율공조 약속을 지킨 국가가 거의 없다"고 비난하면서 미국과 유럽에 통화가치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 최근 일본의 공세적 엔저 유도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나오자 선수를 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절하로 경제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반격에 나서 G20 회동에서도 일본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15일 "유로화 가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다"면서 최근 3개월 새 달러화와 엔화ㆍ위안화에 대해 모두 강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도 유로화 환율을 다른 통화에 고정(페그)시키거나 환시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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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엔화약세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관심사다. 미국 역시 경기회복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는 만큼 달러강세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탓이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일 "일본의 태도와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의 리스크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반응은 아니지만 미 행정부의 일반적인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이 1985년 플라자합의 때처럼 미국 측의 압력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오히려 아베 정권은 미국ㆍ유럽의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를 높이고 있다며 역공을 가하고 있다.

영국은 스위스의 환율방어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스위스는 2011년 9월 환율을 유로에 고정시키며 선진국 간 환율갈등을 촉발시킨 데 이어 최근 적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영국 파운드화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지난해 12월10일 "상당수 국가들이 국내 목적(경제성장)을 위해 2013년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신흥국들도 선진국의 돈 풀기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하락했다며 성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0년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시행 당시 처음으로 '환율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브라질의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은 이번 G20 회동에서도 선진국의 경기부양으로 신흥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며 아르헨티나와 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국들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의 경우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면서 위안화 가치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미국 등과의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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