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통일 밥상을 차려보자


다시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은 수확의 계절에 맞는 가을의 잔치여서 더욱 즐겁고 풍요롭다. 추석은 일하고 공부하느라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가족 최대의 명절이기도 하다.

우수한 북한 전통음식 배급제로 실종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조국의 분단으로 서로 오도 가도 못한 지 62년이 지나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망향의 한을 달래는 실향민, 경제난ㆍ식량난 등 온갖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탈북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추석은 고향의 들녘과 밥짓는 연기를 가슴에 묻은 채 북녘을 바라보며 가족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사무치게 슬픈 계절이다.

남이든 북이든 민족의 명절 추석에는 가을의 풍요와 조상에 감사하는 제사를 올리고 가족들이 도란도란 음식을 나눠먹는다. 어머니가 차려준 고향 음식으로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고향을 느낀다.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이지만 분단된 지 6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남과 북의 음식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남한은 식도락을 넘어 음식이 예술이 되는 '음식 르네상스'의 시대를 맞이했다. 한류 열풍에 대한민국 음식들은 요즘 세계 방방곡곡에서 코리아의 열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전국민의 30%가 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북에도 유명한 명절 음식이 많다. 평양과 개성은 한때 한반도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품격 있는 음식문화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평양온반ㆍ평양비빔밥ㆍ평양노치 등 평양의 4대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평양칠향닭찜ㆍ순안불고기ㆍ개성약과ㆍ개성무찜ㆍ개성우메기 등 맛과 영양이 우수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평양에도 추석이 다가오면 밤청대와 콩청대, 평양노치와 녹두지짐, 풋 강냉이지짐 등을 부치느라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겨대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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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평양노치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 녹두지짐도 간부 집 밥상에서나 겨우 구경할 수 있는 희귀한 음식이 돼버렸다. 우수한 북한 음식문화의 전통이 배급제로 인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북한 주민 중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어떤 전통음식이 있는지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한과 북한의 제사문화도 많이 달라져서 남한 남성과 결혼한 북한이탈 여성들은 제사음식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또 북한이탈주민들은 초기 정착기에 남한 음식들이 너무 달고 맛이 자극적인 탓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식 세계화, 북한 음식도 아우르길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밥상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필수항목이 아닐까 한다. 남한에 북한의 각 지역 특산음식을 소개하고 맛도 볼 수 있게 한다면 북한 주민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북한 음식을 통해 북한의 각 지방과 주민들에 대한 친근감을 유도한다면 통일에 대한 희망적인 생각이 더 커지지 않을까.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의 관광명소는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남북한의 경제발전에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한 음식 개발과 외식산업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식을 세계화하면서 북한의 음식을 함께 알린다면 세계인들에게 코리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동시에 우리 민족의 통일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 추석에는 꼭 '통일 밥상'을 차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분단 시대의 추석을 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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