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 국정을 운영해갈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성패는 한국경제가 처한 안팎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집권초기에 설정한 비전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얼마나 과단성 있게 추진하는가에 달려 있다.
성장ㆍ일자리ㆍ복지의 선순환 경제로
우선 한국이 처한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 몇 년째 진행 중인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위기와 중국 경착륙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공세 등 이미 노출된 위기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환율전쟁까지 다양한 위협요인이 세계 8위 통상대국 한국의 순항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내부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도 소리 없이 한국호를 삼킬 수 있는 초대형 쓰나미다. 부동산경기 침체, 내수부진이 가계부채의 급증과 악성화를 설명한다면 당장 이를 활성화할 묘책이 없다는 점에서 가계부채가 자칫하면 신정부 초기에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잠재성장률 3% 시대로 진입하는 한국경제는 이런 내우외환 속에서 새 판짜기를 해야 한다. 무역주도형 경제에서 무역과 내수가 조화를 이루는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확대선순환 균형경제가 정착되는 것을 경제정책의 기본비전으로 설정해야 한다. 중산층 70% 복원과 청년취업 활성화, 경제적 약자보호 등 시대가 요구하는 난제에 대해 시혜성 인위적 재분배정책으로는 단기적인 땜질 처방에 그칠 뿐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확대선순환 균형을 지향하는 경제 새 판짜기는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첫째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연평균 잠재성장률 3%로써는 일자리와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여성들의 경제참여율을 높이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야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 이 문제들의 해법은 사교육 비용의 획기적 절감과 법치주의 확립 등 경제전반의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혁신과 창조경제를 달성하는 관건이기도 하다.
둘째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 중앙과 지방정부ㆍ공기업까지 합산한 한국의 공공부채는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부충격을 감당하려면 정부는 상당한 수준의 여력을 확보해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 추세에 복지확대 약속까지 고려한다면 재정악화는 경제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재정 건전성에 신경 써야 한다. 복지지출의 하방경직성을 무시했다가 개혁불능사태에 직면한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반대를 설득할 전략과 실천력도 키워야
셋째 개방경제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외부충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허브를 달성했다는 자기만족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여하고 미-EU FTA가 추진되는 등 급변하는 최근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통상정책을 펴야 한다. FTA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개방 효과가 소비자의 실질소득 증대로 연결되도록 경쟁촉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실물 분야에서 축적한 부가 금융 분야의 헛발질로 죄다 빠져나가지 않도록 금융 분야의 내성을 키워야 한다.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확보하고 국제공조체제를 상시 가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멋진 비전이라도 경제적ㆍ정치적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저항을 극복하고 반대를 설득할 전략과 추진의지ㆍ실천력이 부족하면 청사진은 서류 위에만 머무를 뿐이다. 일본이 그렇게도 긴 장기불황의 침체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이해집단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르다고 믿고 싶다. 박근혜 정부가 5년 뒤 이맘때엔 경제정책에서 성공한 정부로 평가 받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