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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경영대학 교수
“제 서비스는 음악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게 해줘요. 그렇게 되면 저작권을 위반하는지도 알 수 있고….”
“이 봐, 리처드. 사람들은 저작권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렇지 않아요. 이용자들만 더 많이 모이면….”
“리처드, 여기 계속 남아있고 싶으면 더 멋진 걸 만들어 보라고.”
스타트업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다룬 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첫 회에 나오는 장면이다. 압축 알고리즘을 개발해 음악 검색 서비스를 만든 리처드와 인큐베이팅 센터의 대표 얼릭과의 대화다. 얼릭은 아비아토라는 회사의 매각 자금으로 소규모 인큐베이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리처드의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생각했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퇴거를 명령할 참이었다.
창업자가 누군가에게든 사업 아이템을 보여줬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대상이 선배 기업가든, 창업 멘토든, 그 분야 전문가든지 말이다. 그들의 말이 맞을까? 창업자의 말이 맞을까? 상대방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자신감이 넘치고, 부정적인 피드백이라면 우울해 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지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그들은 운동 경기의 심판이 아니다. 기뻐할 필요도,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 창업자는 이러한 대화를 대화 자체로 끝낼 게 아니라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피드백을 주는 상대방이 창업자가 생각하는 잠재 고객이라면 그의 이야기를 보다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시키려고 하지 말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내가 생각한 고객 니즈가 나 혼자만의 니즈였는 지, 고객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많이 거칠수록 보다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된다.
상대방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 경험자라면 그들의 이야기는 창업자가 살펴봐야 할 최우선 명제가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을 것 같다.’ ‘이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시중에 나와 있다.’ 등의 조언을 듣는다면 이것부터 검증하라. 그들은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를 제시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검증의 방법은 고객을 만나는 것이다. 고객들을 만나 정말 불편함이 없는지, 더 나은 대안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고객들을 만나다 보면 스스로 감이 올 것이다.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대로가 아니라면 꼭 필요한 사업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숙박시설 하나 없는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의 시가 총액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2위 호텔 체인 메리어트를 능가한 것이다. 그런 에어비앤비도 사업 초기 아이디어를 말하면 100명 중 한 두명만 관심을 나타냈었다고 한다. 그들은 직접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주는 것에서부터 고객이 있는지 검증해 가기 시작했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도메인을 얻고, 웹 사이트를 만들고, 사람을 뽑고,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고객 검증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