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28일] 신뢰회복이 선진국 진입 열쇠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다각적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업의 많은 투자, 근로자의 높은 근로의욕, 그리고 정부의 적절한 경제정책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빠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한 요인인 사회적 자본의 축적은 미흡했다.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수준이 높은 국가였다는 점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물적ㆍ인적 자본뿐만 아니라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필요하다. 부패 추방하고 재산권 보호돼야 신뢰수준이 높은 대표적인 선진국으로 스웨덴ㆍ노르웨이ㆍ덴마크 등 노르딕 국가를 꼽을 수 있으며 이들 국가는 소득수준도 높다. 우리나라의 사람 간 신뢰수준은 노르딕 국가보다 훨씬 낮고 의회ㆍ사법부와 같은 제도권의 신뢰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낮은 상태의 신뢰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부패 추방, 재산권 보호 및 공정한 법 집행 등이 필요하다. 첫째, 사회 각 부문의 부패 수준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부패는 관료나 정치인의 불법적 행동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신뢰는 무너진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부패인지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22위로 부패가 많은 국가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팽배한 학연ㆍ지연 등 연고주의는 부패를 키우는 토양이 된다. 또 정부규제가 많은 곳에서 부정ㆍ비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부정ㆍ비리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싱가포르가 부패방지법을 제정해 쌍벌죄로 부정부패 연루자를 처벌하고 부패행위조사국을 설치해 부패를 척결한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산권 보호가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 노르딕 국가처럼 효과적으로 재산 및 계약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신뢰수준이 높다. 더구나 시장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재산권을 보호하고 계약 이행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법이 적시에 집행돼야 한다. 그러려면 법원의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 우리나라 법원의 사건처리 기간이 장기화되는 추세인데 이를 개선하려면 판사정원 확대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 국회는 민주적 방식으로 적시에 국민의 요구를 입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 경우 다른 선진국가보다 신뢰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 국회가 갈등조정의 중심에 서 있기보다는 정당들이 중심이 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모습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쟁이 아니라 합리적 논쟁을 통해 자신에게 부여된 정치적 임무와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넷째, 법은 일관되고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상황이 변하고 세상이 변해도 법은 적어도 동일한 원칙하에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차별에 기초한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 편파적 성향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 잡혀야만 확고해진다. 일관되고 공정한 法 적용을 우리나라 국민 일부는 재판결과를 불신하고 전관 예우를 불공정한 요소의 재판개입으로 보고 있다. 연고주의가 사법 분야에서도 나타난다면 불신은 확대되고 그 영향은 치명적이며 사회적 안정성ㆍ통합성 또한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은 역사적으로 식민지 및 전쟁, 억압적 정부 및 민주화 등 굴곡이 심한 역사적 경험을 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는 개인 간의 신뢰도 매우 낮을뿐더러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 역시 낮다. 더구나 사회적 신뢰 회복과 축적은 장기간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단기적 응급처방보다는 장기에 걸쳐 사적ㆍ공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다각적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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