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일수감/박훤구 한국노동연구원장(로터리)

식량난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아동들의 사진을 보면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요즘 우리경제가 어렵다고는 하나 우리는 기꺼이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녘 우리 동포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실제로 통일이 되었을 때 우리가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북한에 대한 지원으로 남한 주민의 생활에 주름이 가기 시작할 때도 요즘 북한의 식량난을 도와주기 위해 모두가 자발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모금 운동에 참여하는 마음가짐이 그대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지난해 여름 동독지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앞자리에는 독일의 한 청년이 여행을 하고 있어서 오랜동안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청년은 서독의 본 출신으로 자이스라는 유명한 광학회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동독지역에 있던 자이스 회사를 인수한 후 동독지역 회사로 배치되어 주말마다 본을 오가는 처지였다. 그는 통일이 독일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역사적 운명이긴 하지만 콜 수상이 통일과정에서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서독주민에게 주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러한 정서가 대부분 서독 청년층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콜 수상이 독일수도를 베를린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했다. 독일정부의 재정이 크게 어려운데 수도 이전을 위해 쓸데 없는 돈을 베를린에 퍼붓고 있다는 불평이었다. 독일이 통독이후 통일비용으로 매년 2천억마르크 가까이를 동독지역에 지원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특히 젊은 층에 있어서 통일 비용에 대한 불만은 충분히 이해될 수도 있다. 통일은 우리에게 어느날 아침 예고없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통독전 서독과 같이 튼튼한 경제력의 바탕도 없다. 또 통독당시의 동서독과 비교할 때 남북한간 경제력의 격차는 우리에게 있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들면 통일전에 적어도 동독에는 식량난의 문제는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통일 이후의 경제부담이 서독의 국민들이 느끼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내부적인 갈등도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통일문제에 대해 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폭넓은 토론과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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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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