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부진과 대형사업장의 폐업 및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기업들의 유형자산이 사상처음으로 감소했다. `기업이 보유한 부(富)의 총량`을 나타내는 유형자산이 감소했다는 것은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형자산이란 전체 자산중 로열티(기술료)의 바탕이 되는 지적재산권ㆍ상표권ㆍ특허권 등 무형재산을 뺀 토지, 건물, 기계장치, 비품, 공구 등 실물자산을 말한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02년 광업ㆍ제조업 통계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종사자 5명 이상의 사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은 총263조2,210억원으로 전년 267조8,210억원에 비해 1.7%가 감소했다. 기업체의 유형자산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지난 67년 이후 45년만의 일이다.
국내 제조업체 유형자산 증가율은 79년 이후 98년까지 85년(9.5%)을 제외하고는 줄곧 두자릿수를 기록해왔으나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4.2%로 두자릿수 성장세를 마무리 짓고 99년 6.6%, 2000년 2.6%, 2001년 0.9%로 증가율이 계속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국내기업의 경우 무형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유형자산의 감소는 사실상 기업가치가 급격하 줄고 있다는 뜻이다. 또 감가상각이 발생했지만 그만큼 신규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진권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유형자산이 감소했다는 것은 결국 성장동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뜻”이라며 “설비투자확대와 기술혁신이 없는 한 잠재성장률 급락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진한 투자와 달리 지난해 총출하액(매출)은 634조840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8.4%가 늘어 증가폭이 오히려 전년보다 커졌다. 이는 기업들이 신규 투자는 하지 않고 기존설비의 활용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 종사자 5명 이상 사업체는 모두 11만1,151개로 4.3%가 늘었으나 전년도 증가율 7.9%에는 못미쳤고 특히 299명 이하 중ㆍ소사업체는 11만470개로 4.4%가 늘어난 반면 300명 이상 대규모 사업체는 681개로 오히려 2.0%가 감소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