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와 통신업종은 주가가 부진하면서 시총 순위에서도 뒷걸음질을 쳤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후 유가증권시장 상위 30개 종목들의 시가총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대형 IT주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날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보다 17조원 늘어난 173조원을 기록해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혔다.
연초부터 IT주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데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부문 분사 재료를 바탕으로 주가가 뛴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선전도 돋보인다. 하이닉스는 업황 개선 기대감과 대만ㆍ일본 경쟁업체들의 반도체 D램 생산 규모 축소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타면서 시총 순위가 지난해 말 14위에서 11위로 3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또 LG전자는 실적 발표 이후 턴어라운드 기대감으로 시총 순위가 18위에서 16위로 올랐고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26위에서 24위로 상승했다.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으로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도 시총 순위가 20위에서 17위로 치솟았다.
IT업종의 선전은 연초 이후 외국인들이 IT주를 중점적으로 사들이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1조1,906억원어치 순매수한 데 이어 하이닉스(7,374억원), LG디스플레이(2,168억원) 등을 사들였다.
주요 IT주가 외국인 매수에 힘입었다면 화학ㆍ정유주는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시총 순위를 끌어올렸다. 연초 후 기관이 2,257억원, 1,769억원어치 사들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각각 13위→9위, 6위→5위로 올라섰다. 특히 LG화학은 외국인(6,901억원)과 기관 순매수 상위 목록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기와 통신 등 내수 업종은 좋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9위에서 13위로 내려 앉았고 SK텔레콤은 15위에서 20위로, KT&G는 17위에서 22위로 밀려났다. 실적이 부진한 현대모비스도 4위 자리를 기아차(5위 →4위)에 내주고 6위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IT주의 꾸준한 강세 속에 자동차와 화학, 금융, 철강 등의 순환매가 이어지며 소규모 순위변동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지준율 인하와 미국 고용지표 개선, 그리스 디폴트 우려 완화 등 시장 상황이 연초보다 개선되고 있고, 외국인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라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위주로 한 IT의 상승세가 자동차와 중국관련주(화학, 기계, 철강)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이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는 둔화된 게 사실이지만, 올해와 내년 실적 기대감은 여전해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서 IT 강세로 벌어진 차이(gap)를 특정 종목이 좁히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