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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전설' 안한봉·박장순 명조련사로

안, 새 훈련법 찾아 맹훈시켜

박, 정신무장… 팀 하나로 묶어

효자종목 명성 되찾는데 큰 힘

안한봉. /=연합뉴스

박장순. /=연합뉴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레슬링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의 명성을 되찾은 데는 안한봉(46)·박장순(46) 감독의 힘이 컸다.


한국 레슬링의 전설인 이들은 이번 대회 각각 그레코로만형 대표팀(안한봉 감독)과 자유형 대표팀(박장순 감독)을 맡아 좋은 성적을 합작했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레슬링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던 안 감독은 지도자로 돌아온 이번 대회에서도 류한수(삼성생명)가 금메달을 따자 '말춤'을 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작은 훈련 하나도 허투루 짜지 않는 치밀한 전략가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햇살을 피해 잠을 청하는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선수들을 야외 훈련장으로 몰았다. 실전에서 6분간 모든 힘을 쏟아붓다 보면 몸이 뜨거워지는데 이 열기에 적응하고 이겨낼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안 감독은 설명했다. 선수들이 지쳤다 싶을 때면 한낮에 축구를 허락해 스트레스를 풀면서 훈련 효과도 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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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태릉선수촌 레슬링훈련장의 대형 타이어도 안 감독이 구해놓은 것이다. 손을 끼워넣을 곳이 없는 이 타이어를 들어올려 굴리면서 자연스럽게 파테르에서 상대의 틈을 파고들어 들어올릴 능력을 배양했다. 이 외에도 안 감독은 틈만 나면 새로운 훈련법을 찾아 책이나 인터넷을 뒤진다는 것이 주변 선수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안 감독은 지난해 세계레슬링연합(UWW)의 최우수 지도자로 선정됐고 올해 말에는 지도자 아카데미에서 강의에 나설 예정일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유형 대표팀에 희망을 안긴 박 감독은 한국 레슬링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차례 올림픽 메달을 따낸 성실함 그대로 조용히 선수들을 품는 지도자다. 박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자유형 레슬링은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스타가 없다던 자유형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이 코앞이던 올해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전패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 감독은 머리를 밀었다. "나부터 정신무장을 하려는 생각"이라며 주변에는 따라하지 말라고 했지만 박 감독의 삭발에 코치진도 뒤를 따랐고 이는 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아시아선수권대회 노메달에서 아시안게임 메달 6개를 따내는 '반전 드라마'의 계기는 박 감독의 솔선수범 이후 끈끈해진 믿음에 있었다는 것이 선수·지도자들의 증언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 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발목이 꺾여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던 상황에서도 선수단 곁을 지켰다. 사령탑인 박 감독이 먼저 불사른 투혼은 자유형 레슬링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벗어던지게 만드는 자극제였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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