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지난 2013년 보안업체인 ADT캡스의 인수전에서 패배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보안 서비스를 융합한 신성장 사업을 육성할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다른 SK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지난해 초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의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 SK그룹이 총수의 부재로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아쉬움이 컸던 건 올 초 SK네트웍스의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 실패였다. SK네트웍스는 과감하게 약 1조원을 써낸 롯데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14일 특별사면을 계기로 그룹 내에서는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쳐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대형 매물에 대해 SK가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해외 면세점 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이지만 최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검토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SK네트웍스는 렌터카뿐만 아니라 면세점 시장에서도 경쟁자들이 앞서 가는 행보를 지켜보기만 했다. 호텔신라는 3월 미국 면세점 업체인 '디패스' 지분 44%를 인수하기로 했다. 롯데는 비록 스위스 경쟁사에 밀리기는 했지만 세계 6위 면세점 업체 '월드듀티프리(WDF)'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나선다 해도 해당 기업의 테두리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그룹 차원의 경제성과 시너지효과를 위해 때로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의 부재가 아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K네트웍스뿐만 아니라 1일 SK C&C와 합병해 새롭게 출범한 SK주식회사·SK이노베이션 등도 본격적으로 M&A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주식회사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M&A 등 성장 전략을 담당하는 홀딩스 부문을 중심으로 M&A가 추진될 예정이다.
SK주식회사는 ICT, 바이오, LNG, 반도체 소재·모듈 등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5월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북미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한 지분 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11조원인 기업가치를 2018년까지 30조원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M&A를 단행하기는 어렵겠지만 당분간 그룹사 CEO들로부터 밀린 사업 보고를 받고 구상을 마무리한 뒤 공세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M&A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