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칙만이 통한다

세상이 어지럽다. 원칙 없이 돌아가다 보니 그러한 모양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 할 것 없이 어디 밝은 구석이 한곳도 보이질 않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최악`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바닥 경기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는 택시기사에서부터 기업인들까지 한결같이 죽을 맛이라고 난리다. 경기 침체는 청년실업을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신용 불량자들만 계속 늘어나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등 불행한 사건들이 연일 발생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카드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 신용불량자가 3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하니 앞으로 카드 빚을 둘러싼 각종 범죄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신용 불량자 사태는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 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개인이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정부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가 남발하고 있는 카드 발급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제대로 한적이 있었는가. 솔직히 말해 정부가 오히려 내수진작을 위해 카드 남발을 부채질 해왔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어느 정도 경기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에 따른 상처는 너무나 크게 남아있다. 정부가 원칙대로만 카드 발급이 되도록 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신용불량자는 없었을 것이다. 최근 화물연대의 총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발생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물류대란의 모든 책임을 화물연대 쪽으로 돌렸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한 이상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들의 파업은 잘못된 농산물 유통구조처럼 피라미드식 유통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잘못된 유통구조 때문에 우리 농민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고 있는가.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 가격이 산지에서는 `똥값`이지만 몇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면 `금값`으로 변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화물연대의 파업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된다. 피라미드식 유통 구조 때문에 실제 화물운송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몫(화물 운송료)이 적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현재 정상 조업을 하고 있지만 잘못된 유통구조를 개선 하지 않는 한 파업 여진은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시행을 둘러싼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NEIS 시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한마디로 교육부가 져야 한다. NEIS제도를 도입할 때 교육부가 이 제도에 관한 필요성을 사전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어야 했다. NEIS에 입력되는 내용들이 모두 이들의 신상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 소지를 지적한 교무ㆍ학사, 보건, 입학ㆍ진학 등 3가지 영역에 대하여는 더욱 상세히 알려 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3가지 영역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르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전자정부라는 대 명제만 충실히 따랐지 NEIS 시행에 대한 어떤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NEIS시행을 두고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잦은 말 바꾸기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윤 장관의 말 바꾸기는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NEIS 시행에 대한 동의여부를 미리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NEIS 시행 이전에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존중 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가 곧 근거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전교조도, 교총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학생과 학부모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지금이라도 이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NEIS 들어가는 항목 뿐만 아니라 이 제도에 대한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 한 뒤 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교육부가 할 태도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국민들을 위한 각종 제도는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기본과 원칙 속에 제도 개선이 이루어 져야 한다. 원칙 없이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제도를 시행하려고 하면 잡음만 생긴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지 않기 위해서는 원칙만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윤종열(사회부장) 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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