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에 사무실이나 일반점포 공간으로 금싸라기 취급을 받던 건물1층이 찬밥신세이다. 전세대란이 주택에서 빌딩·상가로 옮겨붙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형 빌딩 1층을 독차지하다시피했던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지점의 축소·통폐합이 줄을 잇고, 자동차회사나 외식업체들도 영업점 신설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층은 임대료가 비싼데다 대부분 전세로 들어있어 새 임차수요가 없을 경우 건물주와 임차인간 마찰이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에따라 건물주들은 보증금을 받지 않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임차인에게 월등히 유리한 임대조건을 제시하는등 입주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임차인이 계약기간중이라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수 있도록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맺어진 계약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더욱이 문제되는 것은 기존 임차인이 가게를 빼려할 경우 발생한다. 건물 1층 사무실은 대부분 임대료 규모가 전세금대출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민사소송으로 비화하기 일쑤이다.
ERA 코리아 강정임실장은 『중개업소마다 사무실 매물이 쌓여있지만 보증금을 빼지 못해 이사를 못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며 『특히 신규 대형빌딩이 부쩍 늘어난 강남지역에는 1층 빈 사무실이 증가하고 임대료도 연초보다 40%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장사가 안돼 문을 닫고 싶어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억지로 문을 여는 가게가 늘고 있으며 새로운 임차수요가 없어 놀리는 사무실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역옆에 30평의 사무실을 쓰던 김용찬(金鎔贊·37·무역업)씨는 건물주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金씨는 지난 6월 임대기간이 끝나는 동시에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기기 위해 강서구 염창동에 새 사무실을 구하고 계약금까지 치렀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나도록 건물 주인이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 이사는 커녕 계약금까지 떼일 판이어서 부득이 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지난 96년 준공한 이 건물의 주인 沈모씨는 보증금을 받아 공사대금을 치른 상태여서 새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는한 보증금을 내줄 형편이 못돼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沈씨는 『임차인 金씨의 사정을 이해, 보증금을 올리지 않고 별도의 월정 주차비를 받지 않는 등 임차인을 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며 문제를 법원으로까지 끌고가는 金씨를 원망했다.
강남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옷장사를 하는 원미연(元美蓮·32)씨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장사를 그만둘 생각이나 보증금과 권리금을 뺄 수 있는 뾰족한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붙들고 있다. 【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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