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伊시칠리아서 자아를 되돌아 보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다섯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하고 대학교수와 라디오 DJ에 이르기까지 그간 정력적으로 활동해오던 마흔살의 인기 소설가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훌쩍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떠났다. ‘검은꽃’ ‘퀴즈쇼’의 작가 김영하가 바로 그다. 영화 ‘대부’의 돈 꼴리오네의 고향이며 마피아로 유명한 시칠리아가 행선지인 탓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일상에 쫓기며 정신 없이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 순수한 예술가적 기질이 점점 움츠려 드는 것을 깨닫게 돼 현실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여행이 필요했고 그저 예전에 한번 가봤다는 이유만으로 시칠리아를 선택했다는 것. 작가는 캐나다로 1년간 연수를 떠나기에 앞서 2개월 동안 잠시 시칠리아에 머물며 골목과 이름 모를 거리 등 낯선 공간을 수없이 배회했다고 회상한다. 그곳에서 겪었던 숱한 경험과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무뚝뚝했지만 인정이 많았고 오래된 신전과 극장 그리고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가 작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소설가 김영하의 개인적인 성찰과 고민들이 담겨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작가는 글 말미에 “돌아보면 지난 시칠리아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서울에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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