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피란이냐, 탈출이냐”

사담 민병대 항전의지 전열 재정비도 미·영 동맹군의 바그다드 총공세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서방 기자들이 전하는 인구 500만의 대도시 바그다드의 표정은 운명의 시간을 코앞에 두고 `저항이냐 탈출이냐`의 결단을 내려야 할 기로에 선 초조감과 긴장으로 짓눌린 모습이다. 미군 보병병력이 바그다드 남서부로 진입, 이라크군과 교전을 벌이고 동맹군의 강력한 바그다드 공습이 재개되면서 동요하는 일반 시민들의 피난 행렬은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후세인 정부 추종자들은 항전의 의지를 높이며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도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이라크군은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에 대비, 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 탱크와 야포를 배치하고 충성파 민병대원들을 동원하는 등 본격적인 시가전 준비에 나선 것으로 AFP통신은 전하고 있다. 실제로 5일 이후 바그다드 시내에는 그간 눈에 띄지 않던 검은색 복장의 사담 페다인 민병대원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바그다드 도심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요 도로에는 곳곳마다 십여대의 탱크와 장갑차들이 배치된 가운데 이라크 군인들이 로켓포와 기관총, 칼라쉬니코프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군가와 후세인 찬양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었다. 바그다드 중심부의 샤히드 아드난 지구에서는 후세인을 추종하는 바트당원들이 24시간 경계태세를 갖추고 “시가전을 펼칠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다”며 항전의지를 내비치고 있었다. 이라크 당국은 6일부터 매일 밤 8시에서 새벽 6시 사이 민간인과 차량의 바그다드 진·출입을 금지시키는 `통행금지령`까지 발령했다. 그러나 일반 바그다드 시민들은 가운데는 “바그다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가족의 안위 보전을 위해 삶의 터전을 버려두고 피난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바그다드 도심 거리는 텅 비어 있지만 바그다드 북부 접경지역은 수천대의 차량이 피난민들을 가득 채우고 보따리 짐과 가재도구 등을 주렁주렁 매단 채 북쪽으로 향하는 모습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들을 포함한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군이 바그다드 진격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일부터 북쪽과 서쪽을 향해 시를 빠져나가기 시작했으며 특히 일부 이라크 관리들과 바트당원들도 민간인 피난 행렬에 슬쩍 끼어 빠져나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남서부로 향하는 도로로는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바그다드 시민들이 돈 다발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휴대하고 도시를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내 몇몇 거점의 진지들은 버려진 채 텅 비어 있고 징집연령의 이라크 젊은이들이 시내를 빠져나간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바그다드 중심의 무스탄세리아 지구 주민인 수멜 압델 자바(41)는 “아이들 때문에 탈출하기로 결심했다”며 “이곳에 남아서 아이들에게 매시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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