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한때 '두바이 열풍'으로까지 번지면서 우리 경제발전의 '롤 모델'이었던 '두바이 배우기'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가 경제발전 모델로 삼았던 일본ㆍ영국에 이어 미국과 아일랜드까지 휘청이면서 '세상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경제 전문가들은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강소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만큼 여전히 성공 모델로 유효하다"며 "하지만 어느 한 나라를 그대로 벤치마크하기보다는 선택적 다각화를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성공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각 나라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고 어느 한 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표선수(업종ㆍ제품)를 내세우면서 바통을 이어받을 후보선수를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부설 연구소 임원은 "지금처럼 국제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매력적인 분야로 세계자본이 몰리고 필연적으로 거품이 생기면서 결국은 좌초된다"며 "금융이나 제조 등 어느 한 분야에 올인하는 전략보다는 금융과 제조업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강점인 첨단산업과 자동차ㆍ지식서비스 분야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두바이, 어촌마을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모래 속으로=아랍어로 '작은 메뚜기'라는 의미의 두바이는 중동 벽지의 조그마한 어촌마을이었다. 지난 1985년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20여년 만에 세계의 관광ㆍ교통ㆍ금융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이후 중동 지역의 비즈니스 및 관광 허브로 급부상하면서 '두바이를 배우자'는 열풍이 불었다. 문제는 석유자원이 부족해 투자자금을 해외차입에 전적으로 의존했고 경제개발전략은 제조업 기반 없이 부동산과 건설ㆍ금융 부문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투자자금이 묶이자 계획됐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개발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급기야 '우리의 태양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내년 5월 말까지 6개월간 돈을 갚을 수 없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됐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강소국, 폭풍 앞에서도 당당=유럽의 11개 나라들은 '인구 규모는 작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라는 의미로 '유럽 강소국'으로 불린다.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는 없지만 국제무역에 활발히 참여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아일랜드는 1994년 이후 연평균 7.4%의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강소국에 편입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나머지 10개국은 여전히 높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스위스ㆍ스웨덴ㆍ덴마크ㆍ핀란드ㆍ네덜란드 등 5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년 10위 이내로 평가했다.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국가경쟁력이 하락했지만 기업환경 부문에서는 여전히 10위권 이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10개국은 여전히 건제하고 IMD도 유럽 강소국의 위기대응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유럽 강소국은 여전히 유효한 성공 모델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유럽 강소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과거 금융위기를 통해 신중한 경제정책을 견지해왔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체질과 안정된 정치ㆍ사회 시스템을 갖추면서 ▦지역경제 통합에 적극 참여해 위기대응능력을 높인 점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적 다각화, 자체 성공모델 찾아라=전문가들은 "유럽 강소국들은 분명 성공한 모델로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한국적 특성에 맞는 전략적 다각화를 통해 자체적인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스웨덴ㆍ네덜란드ㆍ핀란드 등은 우리나라와 산업구조도 똑같지 않고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적 색깔이 있다"며 "과거 각국들이 주는 교훈을 정리해 우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금융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일본은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금융을 키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은 IT버블을 극복하고 금융으로 성장하다가 금융으로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하나만 잘하면 그 분야가 무너진 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부설 연구소 임원은 "기업도 그렇지만 국가도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며 "대표선수를 이어받을 후보선수를 키우고 자연스런 교체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결국 첨단제조와 지식 관련 서비스, 금융 분야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위기관리도 해나가는 우리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