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축구 위기, 감독 경질만이 대안인가

2005동아시아연맹(EAFF)축구선수권대회에서 2무1패(1골2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 요하네스본프레레(59) 감독의 거취문제로 축구계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움베르투 코엘류(55) 감독을 경질한 지 1년여 남짓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대표팀 사령탑의 경질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뜨거운찬반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 축구계 일각에서는 '색깔도 없고 전술도 없는' 본프레레 감독에게서 하루빨리지휘권을 빼앗아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하고 있지만, 월드컵 본선에진출시킨 공로와 팀을 만들어 나가는 시점에서 신중하게 기다려 보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월드컵 4강신화를 일궈낸 거스 히딩크 감독 조차 2001년 당시 '색깔이없고 지루한 테스트만 한다'는 비난여론에 휘말렸던 만큼 감독 교체만이 현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질화된 '감독흔들기' 코엘류 감독은 지난 2003년 10월 '오만쇼크'와 2004년 3월 '베트남쇼크'를 빌미로 충분히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일부 언론과 축구팬들의 강력한 경질론에 휘말렸고, 결국 축구협회 역시 여론에 밀려 감독 교체를 단행하고 말았다. 준비과정을 꾸준히 지켜보지 않고 매경기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여론과 언론의뭇매에 결국 감독의 '생사'가 좌우되고 만 것.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차범근 감독이 조별예선 1,2차전에서 멕시코와 네덜란드에게 연패를 당한 이후 쇄도한 감독경질 여론에 밀려 대회 도중 하차한 바 있다. 멀게는 김호 감독의 경우 지난 93년 힘들게 94년 미국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지었지만 예선전에서 일본과의 경기에 참패하면서 자력으로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론재판'을 받으며 경질 위기에 몰렸었다. 결국 김 감독은 본선무대에서 2무1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지휘봉을 내려놨다. 박종환 감독은 지난 95년 4월에 취임, 그 해 6월 코리아컵대회 준결승에서 잠비아에 2-3으로 패해 두 달만에 퇴진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박 감독은 이듬해 2월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했지만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2-6 패배를 당해 다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히딩크 감독 역시 '언어의 마술사는 필요없다'는 지적부터 '평가전마다 실험을거듭한다면 다양한 전술과 전력은 언제 갖출지 의문이다', '멀티플레이어는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하지 않다' 는 등 지독한 비난여론에 휘말렸지만 결국 월드컵 4강의기적을 일궈낸 명장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만약 축구협회가 2001년 쏟아졌던 언론과 축구팬들의 히딩크 감독 경질요구를받아들였다면 월드컵 4강의 기적이 가능했을 지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여론조사의 허구성 본프레레 감독 경질 주장의 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인터넷여론조사 결과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는 일반조사와는 달리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기힘들다는 위험이 있다. 국내 최대 조사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의 허진재 연구3본부장은 "인터넷 여론조사는 일반조사처럼 정확하게 조사가 진행됐다는 증명이 아직 안돼 있다"면서 "여론조사는 샘플링을 통해 무작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인터넷조사는 참여자들의 연령이나 지위, 거주 환경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일반적인 여론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허 부장은 "외국의 경우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이 조사는 전체 의견을반영하는 데 제한적이다'.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등의 단서를 달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가 진행된 시기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갤럽이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와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지난 5월 21일 1천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는 '본프레레가 선수 지도나 전술 개발 등 한국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54.7%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베트남전(2-1 승)이 끝난 뒤인 지난해 9월 11일 634명을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에서는 '본프레레 감독이 잘 할 것으로 생각하나'라는 질문에66.1%가 '잘 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 '잘 못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8.5%에 그쳤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감독도 한일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직전인 2002년 6월 1일 이뤄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천10명 대상 전화조사)에서 무려93.7%로부터 '잘 하고 있다'는 답을 얻었지만, 2001년 11월 만해도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55.5%(1천명 대상 면접조사)에 머물렀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배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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