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기에 턴어라운드(호전)의 조짐이 보입니다. 자만해서는 안 되겠지만 (국민들이) 이제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현오석(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3주년 기념인터뷰에서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지만 근거 없는 비관론은 도움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간의 내수부진 원인에 대해 "경기가 나아져 지금 돈을 좀 써도 되겠다는 심리가 있어야 (내수시장이) 돌아가는데 지금은 국민들에게 아직 그런 확신이 없어 소비가 억눌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3%대를 회복했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끔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경기지표상의 숫자만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감경기를 부양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 부총리는 체감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정책의 초점을 투자 활성화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를 가로막는 입지규제를 A부터 Z까지 전면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일자리를 창출할 텃밭인 서비스산업 살리기에 승부를 걸 것임을 밝혔다.
현 부총리는 그동안 경기개선에 대한 국민적 확신이 부족했던 주요 원인으로 자산가치 부진 등을 꼽았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격이 오르지 않자 가계가 지갑을 선뜻 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로서는 주식시장을 인위적으로 띄울 수는 없지만 부동산시장은 회복시키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현 부총리는 분석했다.
"1ㆍ4분기보다 2ㆍ4분기 주택거래량 등이 증가했습니다. 주택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주택거래시장이 정상화 경로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현 부총리가 말하는 '주택시장 정상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징(hedgingㆍ회피)하는 수준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집값이 물가 상승률 정도의 수준으로 오르는 게 정상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펴더라도 과거 국민의정부 시절처럼 무리하게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은 지양하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현 부총리는 최근 주택 취득세율 영구인하 방침을 발표한 것 역시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취득세 인하는 단기적인 주택시장 수요를 조절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주택거래를 즉시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취득세율 인하시점을 앞당기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정부 방침은 취득세율을 인하하겠다는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줬는데 다만 그 인하시기를 놓고 언제부터 유효시점으로 하느냐는 아직 퀘스천(논의할 문제ㆍquestion)"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8월 말 취득세율 인하 수준을 결정하더라도 그 적용시기를 다소 뒤로 미룰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취득세율을 인하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집을 사야 하는 국민은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현 부총리는 소급적용 가능성의 여지를 다소 남겨두는 발언을 했다.
그는 "(취득세율 인하를) 소급적용하더라도 정책이 확정돼 발표된 후에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소급적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던 정부 입장보다 한층 유연해진 것이다.
정부는 8월 말 취득세율 인하 수준을 확정할 예정이므로 현 부총리의 가정대로라면 8월 말 이후에 집을 사면 취득세 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다소나마 생길 수도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여야가 취득세율 인하 소급적용을 추진한다면 정부가 완강히 반대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물론 현 부총리는 "법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취득세율 인하 적용시점을 법 공표시점으로 해야지 왜 정책 발표시점으로 해야 하느냐고 하기도 한다"며 단서를 달고 있어 아직 소급적용 여부를 점치기는 이르다.
정부가 취득세율 인하의 보완대책으로 검토하는 또 다른 과제는 지방자치단체 세수감소 보전이다. 이에 대해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해 가칭 '종합재산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사실상 재산세율을 올리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방향은 옳으나 현실적으로 추진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거래세(취득세ㆍ양도소득세 등) 부담을 줄이고 보유세(재산세 등) 부담을 높이자는 주장은 맞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들과 만나 보니 다들 재산세 인상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못 높이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거래세는 집 등을 사고파는 시점에 소득이 생기므로 세금을 낼 수 있으나 재산세는 소득이 없어도 세금을 부담해야 하니 조세저항이 클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따라서 현 부총리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해 취득세율 인하를 보전해주는 방안에 대해 "다른 옵션(선택)을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세율인상)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하반기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하반기에 세법을 고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과세(기업 대주주 등에 대한 상속ㆍ증여세)' 적용을 일부 완화해주는 정책카드를 연구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시 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과 자회사의 관계는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형태로 과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인 지분율 3%와 일감 몰아주기 물량 요건인 30% 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것이지 세금 자체를 없애거나 세율을 조정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기업투자 활성화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투자 활성화의 또 다른 대책으로 투자단지에 대한 입지규제를 전면적으로 수술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추진하는) 입지가 '투자단지'라는 규정 때문에 묶여 있는 것 같다"며 "입지규제를 A부터 Z까지 손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농공단지든, 경제자유구역이든, 산업단지가 됐든 전체적으로 손볼 것"이라며 "어떤 단지는 내부에 녹지규제 등이 있고 어떤 농공단지는 지정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안 쓰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관광단지 등으로 바꿔주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이 같은 투자 활성화와 더불어 조세형평성 확충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조세정책의 방향에 대해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로 가야 한다"며 "종교인들과도 과세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종교인들은 자신의 소득을 (사회와 신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해) 근로소득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더라"며 "따라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세제완화 이외에도 현 부총리는 규제를 풀어 기업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특히 그는 서비스산업을 살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대한민국 서비스산업이 뒤처진 3대 원인인 진입장벽, 인재 부족, 기술개발 미흡 문제를 동시에 풀어나가겠다는 뜻이다.
현 부총리는 "법률사무소ㆍ안경점ㆍ병원 등을 보면 변호사ㆍ안경사ㆍ의사 등만이 개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경쟁을 게을리해) 기술개발이 별로 안 됐다"며 "우수한 인력도 제조업보다 적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3대 문제를 풀기 위해 언론ㆍ국회와의 소통채널을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을 짜고 함께 캠페인을 벌여 치밀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특히 현 부총리는 "보건ㆍ의료ㆍ복합리조트 등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분야에 대한 제도개선 과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서비스산업을 살리려) 죽어라 노력해 외국인이 영리병원을 차릴 수 있도록 법까지 고쳤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이 허가를 안 내줘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실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환경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여야가 10월 재보궐선거 등을 신경 써야 하는 탓에 정기국회가 파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상당수 야당이 장악하고 있어 지역별 규제완화시 협조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국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번째는 정책 공감대를 이뤄가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시스템이다. 이해가 얽힌 정책을 추진하려면 먼저 이해관계자들까지 참여하는 폭넓은 의견조정 과정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부처 칸막이 해소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부처별 업무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국회와 정부 간 협업 시스템 마련이다. 현 부총리는 "정부와 여당도 별도의 3권 분립 축이라고 생각하고 입법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간 협업, 견제를 어떻게 효율화할지 연구하겠다"고 밝혔다.